건강검진에 자산관리까지…프로골프도 '베네핏 문화' 있다

■ 애사심 돋우는 후원사 혜택
골프장 운영기업은 라운드 제공
명절엔 한우…치킨 상품권 선물도
금융사는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경기력 향상·마케팅 효과 '두토끼'

안지현이 KLPGA 투어 대회장을 찾은 ‘검진 버스’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메디힐은 나누리병원과 제휴해 한 달에 한 번씩 검진 버스를 운영한다. 사진 제공=메디힐

“너희 회사 베네핏은 뭐야?” “그 회사 베네핏이 독특하다고 하던데.”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가장 ‘핫한’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베네핏(benefit)’이다. 말 그대로 애사심을 돋우는 혜택, 특전을 말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시하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는 연봉 외 복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대기업이 제공하는 통 큰 혜택, 가족까지 챙기는 작은 회사의 배려 등 갖가지 사례들이 어깨를 으쓱 하게 하거나 부러움을 부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 프로골프 투어에도 베네핏 문화가 있다. 모자에 후원 기업의 로고를 달고 소속 선수로 뛰는 게 일반적이라 선수들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계약금(연봉)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그리고 베네핏을 제공 받는다. 물론 높은 계약금을 받는 게 최고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베네핏이 후원사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흔하지만 가장 유용한 베네핏은 라운드 제공이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소속 선수들에게 연습 기회를 제공하기가 편하다. CJ(나인브릿지), 롯데(롯데스카이힐), 한화(제이드팰리스·플라자), 대보(서원밸리·서원힐스), 노랑통닭·큐캐피탈파트너스(큐로) 등이다. 한국토지신탁은 대회가 열릴 골프장들을 추려 라운드 예약을 잡고 비용을 부담한다. 신한금융그룹은 일본 투어를 뛰는 한국 선수들을 위해 일본 내 네트워크를 이용해 골프장을 섭외한다.



후원사가 제공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따라 몸을 만드는 최혜진. 사진 제공=롯데

샷 연습만큼 중요한 것은 몸 관리. 한국토지신탁과 롯데, 메디힐 등이 트레이닝 비용을 부담한다. 특히 롯데는 아예 전담 트레이너 2명을 고용했다. 이들이 시즌 내내 대회장을 돌며 경기 전후 선수들의 웜업과 근육 이완을 돕는다. 롯데는 연 1회 세브란스병원 프리미엄 건강 검진도 제공한다. 검진 결과는 트레이너들과 공유해 체계적인 몸 관리를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대방건설과 메디힐은 각각 이대서울병원, 나누리병원과 제휴해 상시 부상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대방건설은 멘탈 코치도 붙여준다.


잊을만하면 보내주는 먹을거리 선물도 쏠쏠하다. CJ는 자사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각종 제품을 몇 상자씩 분기에 한 번 꼴로 제공하고 롯데도 홍삼 제품, 음료 등을 정기적으로 선물한다. 노랑통닭은 선수 계약 때 100만 원 상당(50마리)의 치킨 상품권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주류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프리미엄 소주 등을 증정하는데 특히 선수 부모님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비비고 세트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CJ온스타일 소속 홍정민. 출처=홍정민 인스타그램

노랑통닭 캐릭터 노랑이와 포즈를 취한 신지원. 출처=신지원 인스타그램

금융사들은 자사 프라이빗 뱅커(PB)를 통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일 상금왕을 지낸 김경태는 신한PWM 분당 센터의 10년 고객이다. 한화는 자사 리조트·콘도 인근에서 열리는 대회 때 선수당 객실 1개를 제공하며 동아제약은 선수가 지정한 기부처에도 박카스 등 제품을 지원한다.


명절이나 시즌 전후는 물론이고 수시로 농협 쌀·한우 등을 선물하는 NH투자증권은 시즌 중에 원포인트 레슨 등 선수 초청 행사를 일절 진행하지 않는 것을 룰처럼 지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즌 때는 최대한 경기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에 신경 쓰게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농협 계열사와 서브 스폰서 계약을 연결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성적과 관계없이 소속 선수 전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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