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보 우크라 대통령’ 탓한 李, 北 도발은 누굴 탓할 텐가

북한이 27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준중거리미사일(MR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올해 여덟 번째인 이날 도발은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국 대선을 열흘 앞두고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노림수로도 읽힌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했지만 ‘도발’과 ‘규탄’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천인공노할 규탄 대상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일 TV토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가입시켜주지 않으려 하는데도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해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치 초보’임을 부각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짧은 정치 경력을 거론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러시아의 팽창주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 시도에서 찾아야 한다.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 탓이라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누구 탓인가. 더구나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죽음을 무릅쓰고 결사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휴지 조각이 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 선언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현 정부가 ‘평화 쇼’에 매달리는 사이에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했으나 우리 군의 기강은 되레 해이해졌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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