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플레 속 퍼주기 경쟁, 섶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

대선 막판에 여야 유력 후보들의 소상공인·자영업자 퍼주기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7일 코로나19 기간에 연체했거나 연체 위기에 처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의 채무를 국가가 인수·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긴급금융규제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영업해온 자영업자에게 5000만 원 추가 대출, 저소득층·저신용자에게 최대 1000만 원의 초저금리 장기 대출, 일반 국민 대상의 대출·보증·채권 인수가 가능한 ‘국민상생은행’ 설립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16조 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점을 염두에 두고 자영업자들을 위한 방역지원금으로 1인당 600만 원가량씩 더 늘려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넷째 주 평균 배럴당 95달러로 100달러에 육박했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확대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하고 3개월 연속 3.6~3.8%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도 더 치솟을 게 분명하다. 코로나19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휘청대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에서 대선 후보들이 퍼주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 한국은행의 긴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물가 상승에다 생산과 소득이 줄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돈 풀기 가속화로 국가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초래하면서 경제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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