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의료용 멸균기 제조업체 플라즈맵의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필요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3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즈맵은 공모 자금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판매할 멸균기 생산을 늘리고 사업 영역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플라즈맵은 최근 기술성 평가를 마치고 기술특례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플라즈맵의 IPO(기업공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3월 플라즈맵 주주총회 직후 상장 예심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기술특례는 아직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라도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두 곳에서 요건을 달성하면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플라즈맵은 2015년 3월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실험실에서 출발한 의료기기 벤처기업이다. LG전자와 한화테크엠 등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임유봉 대표가 창업을 주도했다. 자체 개발한 초고속 저온 멸균기 '스터링크(STERLINK)'가 주력인데 기존 제품에 비해 부피가 작고 멸균 시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주로 대형 병원에서 쓰이는 멸균기가 중·소형 병원 입장에선 필요 이상 크고 가격도 비싸다는 데 착안했다.
그간 다수 벤처캐피탈(VC)이 플라즈맵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인정해 투자에 나섰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 플라즈맵 출범 직후 10억 원 규모로 시리즈 A 투자를 단행했으며 2017년 7월 스터링크 출시와 맞물려 스톤브릿지측이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LB인베스트먼트와 60억 원을 투입했다. LB인베스트먼트와 삼성벤처투자가 2019년 9월 124억 원을 투자해 회사 성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플라즈맵의 스터링크가 미국 FDA 승인을 앞두자 투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KDB산업은행과 LB인베스트먼트, 나이스투자파트너스 등이 지난해 10월 190억 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를 결정했다. 또 비슷한 시기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동원한 스카이워크자산운용이 100억 원 규모 플라즈맵 구주를 인수하면서 투자사 재편이 마무리됐다.
프리IPO 한 달쯤 후 스터링크가 미국 FDA에서 2등급 의료기기(Class II Medical Device) 인증을 받자 투자 기관들은 환호했다. 미 FDA 인증이 플라즈맵의 사세 확장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멸균기가 FDA에서 인증을 받은 건 역대 네 번째다.
투자업계는 플라즈맵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멸균 기술을 임플란트 분야로 확장, IPO 밸류에이션이 11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측은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멸균기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플라즈맵은 지난해 12월 한 미국 기업과 300억 원 규모의 스터링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 판매량을 추가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델라웨어주에 지사도 설립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라즈맵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성장이 가시권에 들어 온 기업"이라며 "최근 시장 변동성이 크지만 상장 추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