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꺼렸던 유럽, 이번엔 다르다

◆우크라 난민 최대 700만명 예상
임시보호명령 3년 거주 보장 추진
이송 열차·의료 서비스 준비도
시리아때와 달리 수용 적극적이나
수백만명 늘어나면 내홍 반복 우려

지난 2015~2016년 ‘시리아 난민 사태’로 홍역을 치른 유럽연합(EU)이 또 한 번 대규모 난민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30만여 명의 피란민이 EU에 들어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대 700만여 명이 EU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U는 최대 3년간의 망명 허가 등 방책을 제시하는 등 과거 시리아 사태 때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사태 장기화로 난민 수가 급증할 경우 또다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엔은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후 최소 36만 8000명의 우크라이나인이 EU에 입국했다며, 이미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슬로바키아·몰도바 등의 국경으로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7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야네스 레나르치치 EU 위기관리담당 집행위원은 “현재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700만 명을 넘어선다”며 “(전쟁이 계속될 경우)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내 혹은 이웃 국가에서 1800만 명 상당의 우크라이나인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최대 5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인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한 EU 회원국 법무·내무장관들은 인도적 지원과 이주 등에 관한 제안을 검토하고 난민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마련에 나섰다. 특히 각국 장관들은 ‘임시보호명령(Temporary Protection Directive)’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용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임시보호명령은 지난 19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와 코소보 전쟁 이후 다수의 피란민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2001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EU 외 국가에서 온 피란민 등에게 거주 허가증과 취업, 사회복지, 치료, 미성년자에 대한 교육 등과 같은 임시 보호를 제공하는 조치를 뜻한다. 명령이 시행될 경우 난민들은 공식 망명 신청 없이도 3년간 EU에 머물 수 있다. 현재 비자가 없는 우크라이나인은 EU에서 최장 90일만 체류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EU 집행위가 이 같은 방안을 회원국들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바 요한손 EU 내무 집행위원은 “현재까지는 망명을 신청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대부분이 EU에 거주하는 친척들과 합류했다”며 “다만 달라질 상황에 대비해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회의에서 임시보호명령 실행에 압도적 다수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데르스 위게만 스웨덴 통합장관은 임시보호명령 발동에 대해 “이 옵션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마법 지팡이는 아니다”라며 “이런 종류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EU 내에서 구속력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EU의 모든 국가들이 이번 사태에서 함께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과거 난민 할당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는 EU 내에서 이들 난민을 적대하는 분위기는 없다는 점이 과거 시리아 난민 사태와는 다른 점이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 폴란드와 헝가리 등은 중동으로부터의 난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울타리와 장벽을 건설하며 난민을 꺼렸지만 현재 폴란드 정부는 부상당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이송할 열차를 준비했고 슬로바키아는 자국에 오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근로 허가와 함께 임시 거주권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앞서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을 임시 보호하는 특별법령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을 강하게 거부했던 오스트리아의 카를 네하머 총리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 같은 행보는 2015년 난민 사태 당시 난민 할당제에 반대하며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난민의 숫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는 130만 명이 유럽으로 밀려들었던 2015년 당시보다 훨씬 많은 수치”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럽의 환영 행보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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