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론조사 기관이 같은 날짜에 같은 질문을 던져도 조사 방식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결과가 28일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화 면접 방식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TBS와 공동으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ARS 1000명·전화 면접 1005명)를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를 실시했다. ARS 조사에서는 윤 후보 45.0%, 이 후보 43.2%로 윤 후보가 오차 범위(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 3.1%포인트) 내에서 소폭 앞섰다. 전화 면접 조사에서는 이 후보(43.8%)가 오차 범위(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 3.1%포인트) 밖에서 윤 후보(36.1%)를 따돌리는 결과가 나왔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7%포인트였다.
이 같은 차이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응답자의 이념 분포가 다르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 중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밝힌 비율은 ARS 조사에서 34.9%, 전화 면접 조사에서는 30.3%였다. 진보층은 ARS 조사에서 25.5%, 전화 면접 조사에서 27%였다. 보수층이 ARS 조사, 진보층이 전화 면접 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에 대해 “샤이 진보, 특정 진영 결집 등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면서도 “이유를 추측하기보다는 분포 결과에 주목해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 방식별로 과표집되는 응답자의 정치 관심도도 달랐다. 전화 면접의 경우 실제 사람이 조사에 응해줄 것을 설득한다. 반면 ARS는 녹음된 기계 음성을 듣고 답하는 조사 방식이기 때문에 정치 고관여층일수록 참여에 적극적 경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KSOI 조사에서도 ARS 방식의 응답률은 9.4%로 전화 면접 방식(17.1%)보다 7.7%포인트 낮았다.
일부 여론조사 업체는 ARS 방식과 전화 면접 방식을 적절한 비율로 혼용해 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ARS 방식이어도 유선이냐 무선이냐, 조사 시점이 오전이냐 오후냐 등에 따라서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는 한 조사의 전체적 추이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여론조사는 정밀 사진이 아닌 스냅 사진”이라며 “대부분 허용 오차가 6.2%포인트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수치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