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소년심판’은 김혜수의 이 굵직한 한 마디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쉽게 소년범을 옹호하는 자도 없겠지만, 법복을 입고 당당하게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하는 그에게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게 스마트폰 속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보니 이 드라마, 배경만 법정인 작품이 아니다. 10회 내내 계속 가슴속에 무언가를 쿵 하고 떨어트린다. 쉽사리 가늠하지 못했던 소년범들의 진짜 이야기가 상처를 문지르듯 따갑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소년법정에 서는 소년범들의 죄목은 무섭도록 섬뜩하다. 살인, 집단 성폭행, 학교 폭력 등 어른들이 저질렀다고 해도 쉽게 곱씹어지지 않은 죄들이다. 하지만 촉법소년들은 이렇게 무서운 죄를 짓고도 형벌을 받지 않는다.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자를 뜻하는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심은석은 이런 소년범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처벌보다 교화에 중점을 두는 좌배석 판사 차태주(김무열)와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소년범들을 처벌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명명백백하게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그에 합당한 심판을 하려 한다. 다만 그들이 개과천선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에게 소년범은 단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범죄자일 뿐이다.
작품은 심은석의 시선으로 따라가게 되지만, 그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소년범들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몰아세운 어른들, 소년범 때문에 또 다른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균형 있게 다뤘다. 소년범들의 잘못에만 집중하지 않고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눈앞에 것만이 아닌 미래 사회를 바라보고 그들을 보조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담았다.
비단 소년들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넌지시 짚어주는 것도 인상 깊다. 제각각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네 명의 판사, 심은석과 차태주, 강원중(이성민), 나근희(이정은)를 조명하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한다. 심은석과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다양한 시선들을 제시하며 변화하는 모습에 집중하다 보면 소년범에 대한 생각이 정립된다.
작품이 허황된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다.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시험지 유출사건,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 등은 우리가 TV나 신문에서 본 끔찍한 소년범 사건들이다. 가정폭력, 성매매 등 소년범 사건을 뒤따르는 사회 문제들도 조명해 피부에 더 와닿게 한다. 섬뜩하고 처참한 이야기들이지만 자극적으로만 비추지 않고 날것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자극적인 판타지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소년심판’은 다른 결의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작품의 성적은 27일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에서 전 세계 10위. 수많은 콘텐츠를 제치고 전 세계 10위라는 성적은 괄목할 만하나, 혹자는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1위 성적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란한 요소 없이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 시식평 - “나는 편협한 시각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또 한 번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