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러 제재’와 ‘中 제재반대’ 사이…中 빅테크 ‘딜레마 ’

서방 제재 물결 거세지는데
中당국 '반대' 방침 못박아
美 동참 요구 계속 무시땐
동반제재 보복·견제 불러

AP연합뉴스

최근까지 중국·러시아 간 밀월 관계를 배경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온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제재 반대 방침을 어기고 이를 따를 수는 없지만 그러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동반 제재를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제품 수출 및 서비스 제한을 서두르는 미국 등 서방 기업들과 달리 중국 빅테크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 여부에 대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 최대 공유차량 업체인 디디추싱은 지난달 21일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25일 별도의 설명 없이 이를 번복했다. 개인용 컴퓨터 제조 업체인 중국 레노버도 앞서 러시아에서 판매를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중단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대만 TSMC가 사태 직후 “러시아에 부과된 수출 통제를 준수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반(反)외국제재법’을 제정해 중국 기업들이 외국 정부의 제재를 거부하도록 못 박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불거진 올 초부터는 정부가 줄곧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으로서는 서방의 제재에 순응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재를 무시할 경우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동반 제재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 빅테크 입장에서는 별로 크지 않은 러시아 시장 때문에 미국과 대립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 이후 캐나다에서 3년간 억류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혐의 중 하나는 이란 제재 위반이었다. 더글러스 풀러 홍콩시립대 교수는 “러시아 전체 반도체 수입량은 5억 달러로 글로벌 시장에서 볼 때 아주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SCMP는 “미국의 집중적 견제를 받고 있는 화웨이 같은 사태가 빈발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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