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마켓컬리도 주춤…상반기 IPO '시계제로'

지난달 상장 10곳 중 6곳 공모가 밑돌아
마켓컬리, 예심청구 지연…상장 하반기로
심사진행 원스토어 등 대어들도 초긴장
이달 청약 코람코더원리츠 등 흥행여부 관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공개(IPO) 시장도 예측불허의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새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하면서 이달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기관 수요예측이나 일반 투자자 청약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말 중견 기업인 대명에너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철회하는 등 IPO를 통한 기업 자금 조달의 문턱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IPO를 마무리하려던 마켓컬리는 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 청구도 아직 마치지 못해 하반기로 상장이 미뤄지게 됐다. 마켓컬리는 사업을 급속히 확장하면서 다수 기관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상장 이후 주주 보호와 김슬아 대표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FI들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켓컬리 FI들이 최대주주와 비슷하게 2년 이상 의무 보유를 쉽사리 확약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증시의 높아진 불확실성이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코스피지수 등이 하향 추세고 덩달아 새내기 상장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도 다수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상장한 10개 기업(스팩 제외) 중 풍원정밀 등 4개 사를 제외하면 모두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졌다. 마켓컬리에 투자한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최근 IPO 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져 대부분 투자자들이 장기간 의무 보유 확약을 제시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마켓컬리뿐 아니라 상장을 추진 중인 다른 대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대오일뱅크와 SK쉴더스·원스토어·쏘카 등이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해 진행 중이며 SSG와 CJ올리브영도 거래소에 상장 예심 청구를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체 실적과 증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증시 입성의 적기를 살피는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대기업 상장 주관을 맡은 한 증권사 임원은 “시장만 좋다면 당장 거래소에 심사 청구를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면서 “상장을 고려하던 대기업 계열사들도 주관사 선정을 위한 행보에 뜸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 기업들도 상장이 쉽지 않아 1125억 원을 증시에서 조달하려던 대명에너지는 기관 수요예측 부진으로 지난달 28일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모아데이타와 노을·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은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밑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며 당초 목표 금액보다 20% 줄어든 자금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3일 마감하는 코람코더원리츠를 필두로 유일로보틱스 등이 흥행 여부를 놓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구우먼과 세아메카닉스가 각각 7~8일과 10~11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어 흥행을 위해 주관사 등이 동분서주하고 있기도 하다. 보로노이와 지투파워도 이달 중순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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