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어령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영결식

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엄수된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영결식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시대의 지성’으로 불린 고(故)이어령(1933~2022)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결식이 진행된 2일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의 초대형 미디어 캔버스 ‘광화벽화’에는 이 같은 고인의 생전 메시지가 종일 흘렀다.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등의 문구는 고인의 마지막 인사처럼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인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8시께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고인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과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 등 유족을 태운 운구차는 빈소를 떠나 이 전 장관 부부가 설립한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과 옛 문화부 청사 자리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거쳐 영결식 장소로 향했다.


영결식은 오전 10시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장례위원장인 황희 문체부 장관은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우리는 꺼져가는 잿더미의 불씨를 살리는, 시대의 부지깽이를 잃었다.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민중의 두레박을 잃었다”면서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그 말에 늦었지만, 같은 말로 화답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추도사를 대신한 조시 ‘한 시대의 새벽을 깨운 빛의 붓, 그 생각과 말씀 천상에서 밝히소서’에서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20세기 한국의 뉴 르네상스를 떠받친 메디치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며 “부디 이제 하늘나라에 오르시어 이 땅의 한 시대의 정신문화를 일깨운 우주를 휘두르는 빛의 붓, 뇌성벽력의 그 생각과 말씀 천상에서 더 밝게 영원토록 펼치옵소서”라고 영면을 기원했다. 문학평론가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8자를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의 기호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던 선생님이기에 90을 문턱에 두고 영원을 보려고 그리 서둘러 떠나셨습니까”라며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 삶을 진정하게 사는 것임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메멘토 모리”라고 애도했다.


영결식에는 이채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정·국민의힘 김승수 문체위 간사를 비롯해 송태호·신낙균·김성재·김종민·유인촌·정병국·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전 장관의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졌다.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윤석열·안철수 등 각 당 대선 후보들, 조정래·이문열·윤후명·박범신·김홍신 작가, 이근배·김남조·신달자·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오세영 시인 등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대거 조문했다.


1933년(호적상 1934년생)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6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문인, 언론인, 문화행정가, 학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으로 존경 받았다.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내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원 설립을 이끌었고, 도서관 발전 정책 기반 마련 등 문화 정책의 기틀을 세웠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으며 지난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7년 암이 발병했으나 항암 치료를 받는 대신 마지막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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