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공포’ 몰려오는데 낙관론, 경제 진단도 대선용인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산업 생산은 전달 대비 0.3% 줄어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소매 판매도 2020년 이후 최대 폭인 1.9% 축소됐다. 생산·소비의 동시 감소는 1년 10개월 만으로 글로벌 경기 냉각 속도를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다. 수출이 지난달 20% 넘게 늘어 ‘석 달 연속 무역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등으로 3월에는 수출 쇼크로 돌변할 수도 있다. 전쟁 확대로 국제 유가는 이날 장 중 배럴당 110달러(브렌트유 선물)까지 돌파했다. 금융시장에는 위기감이 역력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72%대로 급락해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를 키우고 있다. 또 러시아 국채 폭락으로 유럽 금융회사들은 유동성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발(發) 나비효과가 금융 시스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경기는 살얼음판인데 문재인 정부는 ‘장밋빛 찬가’를 부르고 있으니 답답하다 못해 불안하기 그지없다. 문 대통령은 2월 수출 지표가 나오자 소셜미디어에 “수출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제의 강한 회복과 반등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우울한 산업 생산 지표를 받아들고도 수출 증가를 내세우며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과 총리 등이 지방을 돌면서 선거 개입 논란을 빚더니 경기 진단마저 대선용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 직후를 떠올릴 만큼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고 있다. 임기 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여당을 돕는 정책 추진과 대선용 행보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밀하면서도 선제적인 비상 플랜 가동이다. ‘워룸’을 설치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지표를 갖고 축배를 드는 것은 혹세무민을 넘어 국가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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