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1월만큼 또 새롭다. 특히 대학생들에겐 일명 '개강'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시작과 같은 달이다. 대학 캠퍼스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실로 향하던 새내기들도, 익숙한 듯 학교를 드나들던 선배들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넘게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아쉬운 마음 달래기 위해 ‘랜선 개강’을 시도해봤다. 2016년에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청춘시대' 얘기다. '여대생 밀착 동거담'이라는 부제처럼 '청춘시대'는 다섯 명의 여대생이 살고 있는 벨 에포크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느 캠퍼스물 드라마와는 달리 아주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예산에서 막 올라온 소심이 새내기 은재, 집안 사정으로 휴학을 여러 번 해 28살에 학교, 알바,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졸업반 진명, 친구도 많고 늘 귀엽고 밝은 예은, 털털하고 재밌는 성격에 학보사 기자까지 하고 있는 엘리트 지원, 늘 인생 쉽게 살자고 말하는 쿨한 인간 사이다 이나까지. 서로 외모부터 성격, 취향, 전공까지 모두 다르지만, 왠지 한 명쯤은 주변에서 봤던 친구 같은 일상적인 캐릭터들이 한 집에 모인다. 셰어하우스 안에서 살아가는 하메(하우스메이트)들은 정말 화목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로가 다른 만큼 때로는 싸우면서도,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결국 가족처럼 의지한다. 셰어하우스에 대한 로망을 유발할 만큼 이들의 우정은 정말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낙관적인 서사만 존재하진 않는다. 벨 에포크 하메들 역시 우리들처럼 각기 다른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게 있다.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병원비로 인해 빚을 갚고 있는 진명, 트라우마로 인한 낮은 자존감 때문에 연애에 있어서는 항상 남자친구에게 끌려다니는 예은의 모습처럼 하메들끼리도 감추고 싶어하는 이면도 함께 등장한다. 청춘 로맨스처럼 보이는 '청춘시대'는 사실 현실적인 문제까지 담아낸 솔직한 드라마다.
이들이 문제를 안고서도 한 집에서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은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종 너무 달라 이해를 못 하다가도 결국 어쩌면 가족보다 서로를 이해했던 건 하메들이었다. '청춘시대'는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을 그리면서 동시에 이를 함께 이겨나가며 삶을 회복하는 모습까지 드러냈다. 보통 드라마처럼 멋진 사랑이 등장해 일을 해결해 주지 않고 극적인 해피엔딩도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들은 행복하다.
'청춘시대'에선 다이어트, 연애, 아르바이트, 섹스 등 여대생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몇 칼로리를 먹은 거냐며 불평하는 예은도, 모태솔로 탈출을 목표로 어떻게든 남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소개팅을 나가는 지원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에 더해 생활고, 스폰서 문화, 데이트 폭력, 보험 살인과 같은 소재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지만 드라마는 전혀 이를 뜬금없거나 거부감 들지 않게 다루고 있다.
어쩌면 전자만큼 후자 역시도 우리에겐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셰어하우스의 이름인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좋은 시절을 뜻한다고 한다. 제목인 '청춘시대'와 꽤나 잘 맞아떨어진다. 20대니까, 대학생이니까 말할 수 있고, 행복한 만큼 때로는 힘들어도 이들은 결국 청춘이기 때문에 모든 게 가능하다.
여느 드라마처럼 간단 명료하지 않고, 길게 서술된 기획 의도가 인상적이다. 자신의 일화로 시작하며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한 마디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내용을 관통한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주변에도 저런 비슷한 친구가 있었는데' 싶은 순간이 드라마를 통해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는 곧 '공감'으로 이어진다. 이어 등장하는 '소통하지 않으면 공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감이 없다면 치유도 없다'는 기획 의도 속 표현처럼 드라마는 소통을 통해 공감까지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나에 대해, 주변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청춘시대'는 종영 이후에 오히려 입소문을 탔고, 시즌 2까지 방영할 수 있었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별다른 특별함이 아닌 '공감'이었다. 셰어하우스의 다섯 인물들은 입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들의 독백으로 등장하는 대사들은 마치 속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위로로 다가온다. '청춘시대'는 신데렐라 같은 달콤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도 아니고, 특별한 장르물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꾸미지 않은 '평범함'이 매력인 작품이다. 5명의 하메들 중 누구에 가장 가까운지, 내 주변에는 지원 같은 친구는 누구였는지,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