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우크라 사태는 게임체인저"…인플레 우려에도 '신중한 긴축'

[우크라 충격파 커지는 글로벌 경제]
■ 3월 금리 0.25%P 인상 지지
FOMC 이전 수치 제시 '이례적'
양적긴축은 다음 회의서 결정
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속
상황 따라 인상폭 확대 가능성도
"연준 인플레 대응 한참 뒤처져
경기침체 심화시킬 것" 비판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현지 시간) 하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하원 반기 증언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망을 묻는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맥헨리 의원에게 “3월 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높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깜짝 놀란 맥헨리 의원이 “아주 구체적이다. 속보(brake news)가 될 수 있겠다”며 0.25%포인트가 상한선이냐고 다시 묻자 “우리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0.25%포인트 이상의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깜짝 발언에 월가도 놀랐다. 그가 예상치 않게 시장의 기대(0.25%포인트 인상)를 확인해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준 의장이 FOMC(3월 15~16일) 이전에 직접 구체적인 금리 인상 폭을 제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서다. 파월 의장은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에 따른 각국의 반응과 제재”라며 “아직 확언하기는 이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기존 계획에 따라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이 큰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에 관해서는 3월 회의에서 축소 방안에 관한 합의를 진행하되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기존 방침대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too high)”고 강조했다.


월가에서는 1월에 7.5% 치솟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월에 상승 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유가 폭등이 물가 압력을 더 높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앞서 JP모건은 유가가 115달러까지 오를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 가격은 이날 7.6% 오른 부셸당 10.59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날 5% 급등했던 옥수수는 이날도 0.6% 더 올라 부셸당 7.3025달러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29%, 옥수수 공급의 19%를 차지한다. 앞서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한때 60%까지 폭등한 데 이어 러시아 생산 비중이 높은 알루미늄과 정련 구리, 코발트 가격도 올 들어 급등세다.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면서 한발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날도 모두 발언 뒤 곧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 경제에 미칠 함의는 매우 불확실하며 이를 아주 유심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문을 연 그는 “신중하게 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번 갈등은 ‘게임 체인저’이며 당국자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도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0.25%포인트 인상 발언 등은 비둘기파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이 신중하게 경기 부양책을 제거하기로 하고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증시가 반등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기해왔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도 “다음번 경기 침체가 연준의 (정책 실수 때문에) 시작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한참 뒤처져 있다”며 “시장이 전망하는 것보다 더 긴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 동시에 경기 침체를 피하는 연착륙은 언제나 어려웠다”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인 상황에서는 훨씬 더 그렇다”고 비판했다. 뒤늦게 몰아서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급격한 경기 둔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서머스 전 장관의 생각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