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주자, 무대 서려면 전쟁 반대 공개 입장을"

캐나다 밴쿠버 리사이틀 소사이어티
러 피아니스트 말로페예프 공연 취소
"무고한 러시아인 중 한 명이지만…"
말로페예프 5월 코심 공연 협연 예정

캐나다에서 공연이 취소된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 사진은 그의 공연 취소를 알리는 홈페이지 공지/VRS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 무대에서 친(親) 푸틴 예술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캐나다의 클래식 공연 기획사인 밴쿠버 리사이틀 소사이어티(VRS)가 "'전쟁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어떤 러시아 아티스트의 콘서트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VRS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레일라 게츠는 지난 2일(현지시간) 뉴스레터를 통해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의 공연을 취소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말로페예프는 2014년 13세의 나이로 영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러시아의 촉망받는 연주자다. 게츠는 "알렉산드르는 러시아 정부의 행동으로 피해를 보는 무고한 러시아인 중 한 명"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그것은 무의미하고, 그래서 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단지 국적이 러시아라는 이유로 무대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지금 이 순간엔 "용기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사람들과 함께 서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츠는 글 말미에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4월 공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키신이 최근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그는 수년 전 러시아를 떠나 영국과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한편 말로페예프 오는 5월 피네건 다우니 디어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의 '전람회의 그림' 공연에 협연자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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