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한테 속았다" 사기 떨어진 러 병사들…"탱크 버리고 도망"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각종 차량과 장비들이 파괴된 채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다./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인을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대대적인 선전전으로 병사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큰 혼란에 빠지며 사기 저하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러시아군 병사들이 전투를 피하기 인해 고의로 탱크와 군용 차량 등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기가 저하된 일부 러시아군이 고의적으로 차량 기름 탱크에 구멍을 뚫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수의 러시아군은 어리고 전투 경험이 없는 병사들인데 이들이 현재 식량과 연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사기가 저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러시아 병사들이 자신의 임무에 대한 불만 때문에 차량을 파괴하고 무더기로 항복했다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현재 병사들이 겪는 사기저하에 놀랐다"면서 "보급과 지속적 작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두고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 병사들이 전투를 꺼린다는 정황은 이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중에도 다수 노출되고 있다고 짚었다.


보도 내용을 보면 길을 잃고 상당 기간 음식을 먹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군인들이 약탈을 일삼거나 음식을 구걸하는가하면 심지어 탱크와 트럭을 버리고 달아나는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군 탱크가 불에 탄 모습. /EPA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포로로 잡힌 러시아 병사들은 전쟁의 목적에 혼란스러움을 나타냈고, '훈련'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항복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달 28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공개한 러시아 병사의 문자 메시지도 그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 숨진 한 러시아 병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에서 "그들은 우리를 파시스트라 불러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들 사이에서는 전쟁에 참가하는지 모른 채 우크라이나에 오게 됐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포로들 영상을 보면 이들은 "동계훈련인 줄 알았다", "이곳이 우크라이나인지 몰랐다", "우리도 속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대부분의 서방 군사 전문가은 러시아군의 많은 문제가 사기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 군부에 사기 저하를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팽배하고, 그 때문에 작전이 차질을 빚고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징집병의 낮은 보수와 계약직 군인과의 불평등 문제가 부대 내 결속력을 떨어뜨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군의 70%를 차지하는 계약직 군인은 3년간 복무하며 매달 1100달러(약 133만원)를 급여로 받는다.


하지만 징집병들은 4개월간의 기초훈련만 받고 1년간 복역하는데 보수는 매달 25달러(약 3만원)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연료와 탄약, 식량 운송을 다루는 군수·수송 부대를 구성하는 인원 대다수가 징집병인 상황에서 이들의 사기 저하는 전방 부대가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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