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의 제재를 피해 중국 시중은행들에 계좌를 개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국영은행의 모스크바 지점 관계자가 지난 며칠간 200~300개의 러시아 기업이 중국과의 사업을 위한 계좌 신설을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러시아 기업이 중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기업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향후 위안화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국영은행들이 지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해 온 한 중국 기업가도 거래관계가 있는 몇몇 러시아 기업들이 위안화 계좌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가는 러시아 기업들이 유로나 달러를 사용할 수 없고 유럽·미국과 사업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는 서방 제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전했다.

또한 로이터는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겪을 것이라 지적했다. 루블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러시아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면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루블화 환율은 이날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달러당 117.5루블, 유로당 124.1루블까지 치솟으며,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대규모 중국 위안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서방 제재에 맞서기로 결심만 하면 러시아에 금융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중국·러시아의 중앙은행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협정을 맺었고 러시아 금융권이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도 이용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호주 주요 은행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행)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는 총 1400억달러(약 169조원) 규모의 중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