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떨어지는 러시아 軍] '강제징집' 우려에 해외 도피…우크라선 "러 포로 데려가세요" 엄마 송환

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다 붙잡힌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주민의 휴대폰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던 도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그의 손에는 우크라이나 주민이 건넨 빵과 과자가 들려 있다. 트위터 캡처


전쟁 끌려갈라... 러 남성들 해외로 도피



러시아 남성들이 군대에 강제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장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반드시 장악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러시아군의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모양새다.


3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고보이 두마(연방의회 하원) 의원 등 집권당 의원들은 최근 “러시아의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미승인 공개 행사에 참가한 사람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도네츠크·루한시크공화국 지역의 병역을 위해 파견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한마디로 반전(反戰)시위에 참가했다가 붙잡히면 강제로 징집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내겠다는 의미다.


이 법안은 러시아 정부가 극렬한 국내 반전 여론을 억누르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에서는 반전시위대 총 7600명이 체포됐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시민들의 공포감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징집 대상이 될 수 있는 성인 남성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조만간 계엄령이 선포돼 징집 연령 남성의 출국이 금지될 것이라는 소문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계엄령 발동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남성들이 계엄령을 피해 중동 등 해외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 모스크바에 사는 한 30대 남성은 “웃돈을 주고 중동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며 “전쟁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내의 한 비자 발급 센터에는 유럽으로 출국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러시아 병사 포로의 어머니가 직접 포로를 데리고 귀환하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포로 아들 데려가세요” 모정에 호소하는 우크라



우크라이나가 교전 중에 붙잡힌 러시아 포로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 포로의 어머니가 직접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와서 데려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모정’에 호소하는 식으로 반전 여론을 부추기고 러시아군의 전투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로 “러시아군 포로의 어머니가 직접 본국으로 이송하는 것을 조건으로 포로를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밝힌 ‘포로 귀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러시아 군인의 어머니는 전용 전화선이나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자식이 포로로 구금돼 있는지를 확인한 뒤 폴란드 국경으로 이동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국경과 맞닿은 폴란드 접경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식인 러시아군 포로를 넘겨준다는 것이다.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러시아군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포로 ‘엄마 송환’은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 2일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군 498명이 전사하고 1597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교전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각지에서는 사기가 저하된 일부 러시아군이 고의로 자국 탱크와 군용 장비를 망가뜨리고 도망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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