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차기 정부에 바라는 에너지 백년대계

경제부 김현상 차장

오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리며 여야 후보 모두 유권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선거 막판까지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된 채 상대 후보의 흠집 들춰내기에만 혈안이 된 네거티브 경쟁으로 얼룩졌다.


대선 결과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 두 달 뒤 새로 출범할 차기 정부 앞에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온 신냉전 체제에 이르기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의 환희보다 국정 운영의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껴야 하는 이유다.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숱한 과제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에너지 정책만큼은 일대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 정부가 지난 5년간 고집해온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무모한 탈원전 정책이 가져다준 결과는 참혹했다.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되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도 금지된 탓에 국내 원전 생태계는 붕괴됐다. 원전 산업 매출은 3년 새 7조 원 넘게 쪼그라들었고 미래의 원전 인력을 양성할 대학의 원자력학과는 기피 학과로 전락했다.


원전 대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이려다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제때 전기 요금도 못 올린 채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결국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탈원전과 탄소 중립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숱한 지적에도 꿈쩍 않던 정부는 에너지 쇼크에 직면하자 슬그머니 원전 가동을 늘리며 원전의 가성비를 인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건설이 지연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조속한 정상 가동을 주문했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중국 등이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확대를 공언한 것과 비교하면 때늦은 결단이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더욱이 세계적인 에너지 소비 대국이지만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닷새 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만큼은 이념이나 정략적 이해관계가 아닌 철저히 경제와 안보의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수립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 전쟁의 총성이 울리고 있다. 또다시 허송세월하다가 5년 뒤 때늦은 후회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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