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한국 증시의 관심은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한 쿠팡(티커 CPNG)에 쏠렸다. 지난해 3월 11일 미국 증시에 데뷔한 쿠팡은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조 원 달성’이라는 축포를 쐈고 서학개미들은 오픈런에 동참했다. 쿠팡 상장 첫날 국내 투자자들은 쿠팡을 3391만 달러(408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지난해 3월 순매수 금액만 9211만 달러(111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 초반이 ‘꼭대기’가 됐고 투자자들은 “로켓탄 줄 알았는데 속만 탄다”며 눈물을 삼켰다. 지난해 3월 쿠팡은 공모가(35달러) 대비 2배인 70달러에 육박했지만 이후 1년간 ‘침체의 늪’에 빠졌고 올 1월에는 공모가의 반토막인 18달러까지 미끄러졌다. ‘한국판 아마존’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에도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할 만한 수익성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네이버, 이마트 등의 투자 확대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 매 분기 3,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 '쿠팡의 수익화 능력’에 대해 시장은 의심을 품었다.
뉴욕 입성 1년차인 쿠팡은 여전히 ‘수익성 우려’와 씨름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쿠팡은 40%가량 뛰면서 상승에 탄력이 붙은 모습이었다. 특히 그간 실적 발표와 함께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레벨 다운을 해왔지만, 작년 실적 발표 직후였던 지난 3일에는 성장주들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0.24% 강보합세로 마감하면서 과거와 사뭇 달라진 면모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듯했다. 하지만 4일(현지시각) 쿠팡은 17.16% 급락한 21.10달러에 마감하면서 최근 한 달간의 상승 폭을 상당 부분 토해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다시 공모가를 회복하며 상승 추세에 올라타려면 현금 창출능력 입증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쿠팡의 연간 매출액은 22조 2000억을 기록해 전년 대비 54% 급증했다. 매출 증가율이 국내 온라인 유통 업체 평균 매출 성장률(15.4%)은 3배 이상 앞섰고 국내 유통 1인자인 이마트 매출(쓱닷컴 포함, 18조 원)도 4조가량 많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영업적자도 역대 가장 많은 1조 8000억 원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6조 원을 넘어섰다. e커머스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서도 점유율이 확장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출혈 경쟁을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 주가 재평가의 필수 조건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영업 현금흐름 개선”이라고 강조하며 “올해 e커머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올해 실적 가이던스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다행인 점은 시장의 불안을 의식하듯 쿠팡이 수익성에 초점을 두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쿠팡은 지난해 4분기 유독 컸던 적자 폭은 코로나19에 대응에 따른 인건비 상승, 투자 확대에서 기인했다며 운영방식 고도화 등으로 올 1분기부터 비용 부담이 빠르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억 5000만 달러에 육박했던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적자를 올해 4억 달러 이내로 줄이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쿠팡 측은 “올해 1분기 매출총이익률은 직전 분기 대비 2.5%포인트 개선돼 역대 가장 높을 것”이라며 “현재 16.9%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장기적으로 27~32%까지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실제 지난해 유료 멤버심 가격을 72% 높이고 택배 사업에도 나서며 수익화 추구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1년 내내 조정이 컸던 만큼 현 시점 쿠팡에 대해 관심을 둘만하다고 권고한다. 그간 아랑곳 않았던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 해소 또한 긍정적이다. 쿠팡은 아직 적자인 만큼 이익이 아닌 매출액의 규모로 주가가 비싼 정도를 가늠한다. 상장 초기 3배에 육박했던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은 현재 1.9배까지 내려왔다. 아마존이 풀필먼트와 멤버십 서비스를 본격화했던 2007년 평균 PSR인 2.1배보다 아래인 것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매력적인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박 연구원은 “빨라지는 점유율 확대 추세, 올해 2월까지의 긍정적인 실적, 부담스럽지 않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장기적 안목에서 쿠팡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현 상태에서 하방 경직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큰 손들도 쿠팡에 손을 뻗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에 따르면 미국 스타 펀드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펀드 포트폴리오의 20%를 쿠팡(1780만 주)으로 채웠으며, ‘월가의 전설’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해 11월 쿠팡을 50만 주 매입하기도 했다. 테슬라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도 지난해 말 기준 포트폴리오의 1.0%가량을 쿠팡으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