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국보 ‘장양수 홍패’는 수장고로 피신했고, 강원도기념물 ‘동해 어달산 봉수대’는 실제 피해를 입었다.
문화재청은 5일 “강릉 옥계면에서 시작된 산불로 어달산 봉수대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측은 울진과 삼척 지역의 산불로 인한 문화재 피해사례는 5일 오후 6시 현재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 예방 차원에서 “울진읍 월계서원에서 보관하던 국보 ‘장양수 홍패’는 이날 오후 1시50분께 죽변면 ㅊ 수장고로 이송”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에는 물뿌리기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망상해변과 묵호항 사이의 동해시 대진동 어달산 정상에 있는 ‘동해 어달산 봉수대’는 지름 9m, 높이 2m로 남아있는 둥근 봉수대 터다. 봉수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소식을 전하던 옛날 통신수단이며, 이곳 봉수대는 고려시대 때 여진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조선시대까지 계속 사용된 것으로 전한다.
동해시에 있는 주요 문화재 소재지로는 어달산 남서쪽 내륙에 위치한 ‘삼화사’가 있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 쯤으로 추정되는 9~10세기 철불인 보물 ‘동해 삼화사 철조노사나불좌상’과 9세기 후반에 처음 조성된 보물 ‘삼화사 삼층석탑’ 등이 중요지정문화재다. 삼화사 인근 4㎞ 길이의 ‘무릉계곡’은 동해안 최고의 산수라 꼽힐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워 고려 때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저술했고, 조선의 명필가들이 찾아와 시(詩)를 적어두고 간 곳으로 유명하다. 지질학적 가치도 높아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동해시의 내륙 쪽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심의관 고택, 김진사 고택 등 조선시대 건축물들이 분포했고, 해안가에는 삼척 심씨 문중의 시조 심동로가 1361년에 처음 지어 훗날 유배가던 송시열이 글씨를 남겨놓기도 한 ‘해암정’이 있다.
울진 산불 발화지점 주변 국가지정문화재로는 국보 ‘울진 봉평리 신라비’와 ‘장양수 홍패’, 천연기념물 ‘울진 화성리 향나무’와 ‘울진 후정리 향나무’가 있다.
국보 ‘울진 봉평리 신라비’는 신라 법흥왕 11년인 524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비석이다. 왕명으로 제작된 중요한 비석이었으나 1500년 이상 파묻혔다 지난 1988년 논 객토작업 때 주민의 신고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울진지역이 신라 영토로 편입된 내용을 통치방식 등을 신라식 톡특한 한문체로 적었는데, 법흥왕 때의 제도와 왕권을 파악할 수 있는 사료로 그 가치가 높다. ‘봉평리 신라비’는 발견지 부근에 건립된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울진 소재의 또다른 국보 ‘장양수 홍패’는 월계서원에서 보관하던 중이었으나 산불 확산을 피해 5일 오후 1시 50분께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 수장고로 이송됐다. 가로 93.5㎝, 세로 45.2㎝ ‘장양수 홍패’는 고려 희종 때인 1205년 진사 시험에 급제한 장양수가 왕에게 받은 교지(敎旨·일종의 임명장)다. 조선시대에도 과거 급제자들에게 ‘홍패’ ‘백패’ 등의 교지를 내렸는데, ‘장양수 홍패’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패지 중 가장 오래된 유물로 고려시대 과거제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가치가 높다. 장양수는 고려 개국공신 집안 출신으로 고려의 관리를 지냈다.
산세가 좋기로 유명한 울진에는 신라 진덕여왕 때인 651년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하는 불영사가 있고, ‘울진 불영사 응진전’ ‘불영사 대웅보전’ ‘불영사 영산회상도’ ‘불영사 불연’ 등 4건의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불영사 계곡 일대는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보여주는 보물 ‘울진 구산리 삼층성탑’ 외에 국가등록문화재 ‘울진 용장교회’, 천연기념물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경북기념물 ‘울진 주인리의 황금소나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