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그놈 나온대"…18세 꽃다운 나이에 내딸 극단선택 했다

“가해자는 살인자…양형기준 강화, 가중처벌 필요” 국민청원
피해자 사망에도 재판부 직접적 인과관계 부족하다 판결

지난달 1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춘천지검 청사 앞에서 숨진 성폭행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가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숨진 여고생 A양의 어머니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엄마, 그놈 감옥서 나온대” 성폭행 피해 여고생 극단선택 엄벌 촉구’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청원을 통해 “가해자가 감옥에 있는 것도 호의호식”이라며 “가해자는 살인자이고, 강간치사죄로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양의 어머니는 "2021년 4월 4일 딸은 18세 꽃다운 나이에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잃었고,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고, 삶의 꿈과 미래, 행복은 산산이 조각나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며 “그런데 가해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은커녕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조차 되지 못한 채 수개월이 흘렀고, 그 사이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 주변 사람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며 더 길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참고 견뎌야 했다”고도 했다.


A양의 어머니는 "성폭행 피해자가 죽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는 비참하고 참담한 현실과 말도 안 되는 판결이 수많은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법 개정과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가중처벌로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가해자 B(21)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9년 6월 28일 A양과 단둘이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지난달 9일 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치상죄로 가해자 B(21)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심 끝에 양형기준(5~8년) 안에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양의 어머니와 여성단체는 범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 인과 관계를 부정한 재판부를 비판하며 검찰에 재상고를 촉구했으나 검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그동안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B씨는 또다시 상고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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