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전기차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확정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차 대기기간이 길어지자 소비자들이 중고 전기차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591대로, 지난 1월(1876대) 대비 357.9% 급증했다.
올해 지자체별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지난달 모두 확정되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던 1월 대비 전기차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2월(2042대) 대비로도 4배(320.7%) 넘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친환경차인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신차 대기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 차종에 걸쳐 생산 차질이 빚어져서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의 집계를 보면 이달 기준 국내 차량의 인도 기간은 평균 6개월이었지만 현대차(005380)와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GV60은 출고 대기기간이 1년 이상이었다. 기아(000270)의 전기차 EV6는 차를 인도받기까지 15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BMW iX50은 지금 바로 계약해도 7개월 가량을 대기해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벤츠 EQA 등 인기 모델들도 전 세계적인 전기차 유행 속에 국내 입고 시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신차 출고 지연이 심화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등록되자마자 팔리거나 최신 모델 시세가 신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케이카에 따르면 전기차의 경우 중고차 매입 후 판매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지난해 9월 34일에 달했지만, 올해 1월에는 15일까지로 단축됐다.
차종별 시세를 살펴보면 지난달 테슬라 모델X의 중고 가격은 작년 12월 대비 955만원 올랐고,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각각 200만원, 183만원 뛰었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기 상용차인 현대차의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의 더 뉴 봉고III 트럭 EV도 같은 기간 각각 500만원, 300만원 올랐다. 또 다른 중고차 유통 플랫폼 엔카닷컴 집계에서도 테슬라 모델 S(롱레인지)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시세가 지난해 하반기 평균보다 각각 364만원, 162만원 높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문의하는 전화가 많아지고 있다”며 “등록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신차 보조금 고갈 사태가 이어지면 중고 전기차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