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이 쏜 위성들 알고보니 '깡통 위성'…김정은의 가짜 우주쇼 실상

[민병권의 군사이야기]김정은 정권 우주개발 실태
北, 5일 발사 미사일에 '정찰위성' 주장했지만
우리 軍, 인공위성 아닐 가능성 높다고 판단해
김정일-김정은 정권 들어 총 8차례 위성 쐈지만
軍 "2개만 궤도 올랐고, 그마저도 작동 안돼"
김정은 정권, 경제난에 흔들린 민심 겨냥 우주쇼
미국까지 겨냥한 ICBM 개발을 위성발사로 위장
위성 쏘아 올려도 기술 뒤쳐져 효과 제한적일듯

북한이 지난 2016년 2월 7일 발사한 '광명성 4호'로켓의 모습. 북한은 지구관측용 로켓 발사라고 주장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위한 시도였을 것으로 국제사회는 평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방송화면 캡처

"삐…삐…삐…삐…'


지난 1957년 10월 4일 오전 10시 32분경 미국 등 주요국은 우주공간으로부터 이 같은 전파신호음을 수신하며 경악했다. 외계인의 신호여서가 아니다. 소련이 인류 최초로 우주공간 진출에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전자신호는 약 5분전 우주발사체(우주로켓)에 실려 세계 최초로 발사된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외기권 궤도에 안착한 뒤 지상으로 보낸 것이다. 서방권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 적대국인 소련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선전전에서 승리했을 뿐 아니라 해당 우주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위성을 쏘아올릴 때 사용된 우주로켓 기술은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었다. 이는 냉전시절 스타워즈 경쟁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시발점이 됐다.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기념 그림엽서/출처=미국 과학진보협회(AAAS) 홈페이지)


약 65년이 지나 신냉전이 본격화된 현재 한반도에선 북한이 옛소련 흉내를 내며 한미동맹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에 각각 ‘북극성-2형’ 계열로 추정되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쏘아 올린 뒤 이튿날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우주공간에서 한반도 일대를 담은 지구 사진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해 자신들이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음을 방증하려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현재 위성 운용능력을 확보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제대로 된 북한 위성은 아직 전무하다. 우리 군 관계자들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에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에는 위성이 탑재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위성을 발사했다며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최근까지 8번에 이른다.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쏘아 올린 우주물체들중 현재까지 지구궤도를 떠돌고 있는 것은 2기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위성으로서 제대로된 기능 작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2월 27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튿날 공개한 한반도 주변의 영상.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영상이지만 화질이 너무 조악하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실제로 국방분야의 한 소식통은 현재 북한이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각각 2012년과 2016년에) 북한이 위성이라며 쏘아올렸던 광명성 3호 2호기와 광명성 4호기가 지구 주변을 돌고 있긴 한데 (정상 작동하지 못하는) ‘깡통위성’ 수준이어서 제대로된 위성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된 북한의 MRBM에 위성이 탑재됐는지에 대해서도 “발사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인공위성을 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라고 공개했지만 정찰위성에서 찍었다고 보기엔 화질이 너무 낮아 단순히 탄도미사일에 카메라를 장착해 찍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주로켓이나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는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무리해가면서 위성발사 등을 명분으로 로켓을 쏘아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주의 ‘군사이야기’는 북한의 우주기술과 안보 위협 수준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방향을 진단해본다.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복제품의 모습/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우주진출 실패한 김정일 정권


우주에 진출하려면 우선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을 지구 밖으로 쏘아올릴 우주로켓을 확보해야 한다. 우주로켓의 기반기술은 탄도미사일과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탄도미사일과 우주로켓에 사용되는 액체·고체 연료와 로켓엔진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상호 호환된다. 발사후 목표궤도로 정밀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세제어 및 전자기술이라든지, ·고온고압에서 로켓 구조물과 주요 부품들이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소재기술과 구조설계 기술 등도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로켓의 최상단 부분에 인공위성 등 우주탐사·개발용 물체를 실으면 우주로켓이 되는 것이고, 폭탄이나 핵물질 등 살상무기용 탄두를 실으면 탄도미사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탄도미사일 제조기술을 일정 수준으로 고도화한 국가라면 우주로켓 개발의 기반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스스로 우주공간에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은 갖춘 상태라는게 우리 군과 과학계의 평가다.실제로 북한은 1976년 옛 소련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스커드-B형’을 이집트로부터 구입한 뒤 이를 분해해 제조기술을 익히는 ‘역설계’에 성공해 자체적으로 스커드-C형 등으로 개량·제조해왔다. 스커드 계열을 통해 확보한 탄도미사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노동미사일(최대 사거리 1,300km 추정) 시리즈를 개발해 1990년대에 실전배치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이들 기술을 기반으로 사정거리를 늘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선보인다. 바로 대포동 1호 미사일이다. 3단 로켓으로 제작된 대포동 1호는 1단 로켓부에 노동미사일용 엔진을, 2단 로켓부에는 스커드-C 미사일용 엔진을 달았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발사했다. 여기에는 북한 최초의 인공위성 ‘광명성 1호’ 가 탑재됐다. 그러나 대포동 1호가 발사후 3단분리에 실패해 북한 최초의 인공위성은 제대로 작동도 못해보고 우주쓰레기가 됐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에도 대포동 2호를 발사했지만 공중에서 폭발하는 대실패로 끝났다. 당시 탑재된 위성도 식별되지 않았다. 2009년 4월 5일에는 자칭 ‘은하 2호’라고 이름 붙인 우주로켓에 ‘광명성 2호’ 위성을 실어 발사했다. 이 역시 로켓이 3단 분리를 하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김정일 정권은 우주 진출을 이루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광명성3호 위성을 탑재한 채 발사 중인 북한 은하-3호 로켓/사진출처=군비통제협회

◆우주쓰레기만 늘린 김정은 정권


2011년 12월 갑작스런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도 부친처럼 미사일 개발과 위성배치에 집착했다. 집권 직후였던 2012년에 무려 두 차례나 위성 발사를 시도한다. 그해 4월 13일 ‘은하 3호’ 로켓에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해 쏘았으나 공중폭발하자 같은해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어 다시 도전했다. 광명성 3호 2호기는 목표 궤도까지 안착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초속 7.6km의 속도로 95분마다 한 번씩 지구 주위를 돌고 있지만 자세가 불안하고 지구와 교신활동이 없는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시설을 방문해 현장지도를 하는 모습. 벽면에 '최첨단을 돌파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북한은 핵 뿐 아니라 사이버전 등 비대칭군사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정권은 2016년 2월 7일에도 자칭 광명성 로켓에 ‘광명성 4호'위성을 실어 쏘아올렸다. 광명성 4호는 성공적으로 발사되긴 했다. 그러나 궤도 진입 후엔 작동이 정상적으로는 되지 않아 아무런 정보를 보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우리 군 및 과학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송근호 합동군사대 교수도 “북한은 과거에 소련 등 동맹국을 통해 위성영상을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북한 인공위성을 통한 위성영상의 획득 및 영상 전파, 북한체제 선전용 라디오 방송 신호 발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도 우주쓰레기만 늘린 셈이 됐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도발과 우주진출 시도는 2017년부터 한동안 잠잠해진듯했다. 우리나라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회담을 성사시키고, 비핵화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추진함에 따라 북한도 핵·미사일 개발 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북한은 적대적 언동으로 긴장을 다시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지속적으로 신형미사일 발사시험과 기존 미사일 검수발사시험 등을 잇따라 감행했다. 근래에는 핵·미사일 개발 모라토리엄 폐기를 검토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은 특히 올해 1월 30일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하고 이튿날 미사일 발사장면과 더불어 우주공간에서 찍은 듯한 지구의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엔 북한이 정찰위성이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우주기반 지상관측능력도 개발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어 지난달 27과 이달 5일에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쏘아 올린 뒤 이튿날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었다고 밝히는 패턴을 반복했다.



북한이 지난 1월 31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이튿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영상. 위의 사진 2장은 미사일 발사장면이며 아래 사진 2장은 미사일에 카메라를 달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지구 관측 영상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실패한 정권의 권력유지용 ‘거짓 우주쇼’


북한의 미사일도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요 기념일인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자칭 ‘태양절’)을 전후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 등을 내세워 탄도미사일 시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상당한 비용 부담과 외교적 압박까지 감행하면서 위성개발 운운하고,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핵무력 고도화 ▲북한 내부 민심 결집 ▲감시정찰 정보의 중국 의존도 탈피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군사 및 우주분야 전문가들은 전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지난 2021년 10월 11일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행사장에서 김정은이 각종 미사일 무기 등을 둘러본 뒤 공로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 안보연구기관의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여러 차례의 핵실험으로 핵탄두를 상당 수준으로 경량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를 싣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며 “인공위성 발사라고 명분을 달아 사실상 ICBM 기술완성을 위한 엔진 기술 고도화, 정밀 비행자세제어, (미사일 탄두가 우주공간에서 대기권으로의 돌입하기 위한) 재진입 기술 확보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리 군 한 관계자는 “장기간의 국제 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북한 내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기술을 앞세워 정권의 치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과학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근래에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신형 정밀유도무기를 개발해 공개했지만 정밀유도무기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항공·우주기반 정찰정보와 통신, 위치기반정보(GPS)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북한은 낙후된 공군력으로 인해 대남 항공 감시·정찰을 하기 어렵고, 변변한 위성도 갖추지 못해 주요 정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점진적으로 벗어나 독자적인 역량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공격 이미지를 담은 북한의 포스터. 북한의 핵 및 미사일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ICBM을 개발해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려는 데 있다. /사진 출처=피터슨경제연구소 홈페이지

다만 제대로된 우주기반 위치기반정보 시스템과 통신체계를 갖추려면 최소한 중형급 위성 여러 대를 띄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뒤처진 위성 및 전자통신기술(ICT)과 열악한 경제상황, 국제제제에 따른 전자통신용 부품 수급난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찰위성의 경우 소형위성에라도 일부 광학장비 등을 집어넣어 조잡하게나마 제작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외기권의 저궤도에 수십대를 띄우거나, 고궤도에 대형정지궤도 위성을 띄우지 않는 이상 실시간으로 한반도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이 제한된 자본과 기술력으로 실현 가능할 지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따라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주장은 내부 민심을 결집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은폐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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