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동안만 총 12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체 규모가 급격히 커진 가운데, TV와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이름을 알린 ‘셀럽'들 역시 스타트업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특히 가수 박재범, 유빈처럼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해 운영하거나 배우 최시원, 이제훈과 같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 또는 이선빈, 한소희를 비롯해 스타트업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는 다양한 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원스피리츠의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원소주’의 첫 팝업스토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원스피리츠는 가수 박재범이 지난해 4월 ‘소주 세계화’를 목표로 설립한 주류 전문 스타트업이다. 박재범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큰 관심을 모은 원소주는 팝업스토어 오픈 이후 매일 1000명이 넘는 구매 인파가 몰리며 초기 생산 물량인 2만 병이 모두 판매됐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은 원스피리츠는 지난달 해외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원스피리츠에 투자한 회사는 미국 연예기획사 트랜스페어런트아츠의 관계사인 TA벤처스다. TA벤처스는 원스피리츠의 기업 가치를 약 60억원 규모로 평가하고 소수 지분을 투자했다. 향후 해외 사업에 있어서도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원스피리츠는 원소주의 상품 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로의 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원더걸스 출신 유빈도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유빈은 지난 2020년 JYP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르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 ‘데비어퍼’도 론칭했다. 특히 두나무앤파트너스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한 데비어퍼는 연예인 창업 스타트업 가운데 최초로 대형 기관투자가에게 투자를 받은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직접 회사를 창업하지는 않지만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국내판 ‘테크 셀레스터’도 늘어나고 있다. 테크(Tech)와 셀러브리티(Celebrity), 투자자(Investor) 세 단어를 합성한 신조어인 테크 셀레스터는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유명 인사를 일컫는 말이다. 주로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연예인들을 부르는 뜻으로 쓰이다 최근에는 국내 사례에도 적용되고 있다.
우선 배우 이제훈은 마켓컬리 창업 다음해인 2015년 당시 수억원의 금액을 초기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알아본 이제훈의 수익률은 마켓컬리의 성장과 함께 약 5년만에 200배에 달하는 규모로 상승했다. 배우 배용준의 경우 2018년 투자한 피규어 기업 블리츠웨이가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해 화제를 모았다. 보유 지분 매도 시 2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용준은 이 밖에도 스타트업 투자사 ‘더벤처스’와 커피 브랜드 ‘센터커피’, 공기 관리 스타트업 ‘에크록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에 투자 중이다.
슈퍼주니어 최시원도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시원은 2017년 신차 구매 스타트업 ‘겟차’, 지난해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워치’에 투자했다. 특히 페이워치는 서드프라임과 스파크랩스를 비롯한 국내외 벤처캐피탈(VC)로부터 약 63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방송인 강호동도 지난해 11월 그린에너지 스타트업 한국그린데이터에 1억원을 초기 투자했다.
창업도 투자도 아니지만 광고 모델로서 스타트업 업계를 빛낸 셀럽들도 있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업력이 길지 않은 스타트업도 수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유명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제 세무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올 1월 배우 유아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피부시술 정보 플랫폼 여신티켓은 지난달 배우 이선빈과의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 일임 투자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는 배우 전지현을, ‘내차팔기’ 서비스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는 배우 김혜수와 한소희를 동시에 광고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