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듀얼스파이크(Dual Spike)’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14년여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국제 유가가 최고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과 수입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유가·환율의 동반 상승이 무역 적자 폭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139.1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0.5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13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의 퇴출을 검토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고 수출만 놓고 보면 세계 2위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5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줄게 된다. 그런 만큼 러시아산 원유 제재는 기름 값 상승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다. JP모건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 공포감으로 달러 선호가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 90전 상승한 1227원 1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 1220원을 넘은 것은 2020년 6월 2일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1250원에서 1300원까지도 오를 것으로 봤다.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1조 1850억 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환율 급등의 쌍끌이 악재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와 환율의 동반 급등은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는 과도한 재정 확대를 경계하면서 거시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