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 우려에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증시가 7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에 짓눌렸다. 특히 우크라이나발 공급 차질 이슈가 불거지며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하루에만 국내 증시를 2조 원 넘게 내다팔았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LG화학(051910) 등 대형주들이 무더기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할 만큼 국내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종가 2703.52) 2700선을 회복한 지 4거래일 만에 다시 27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42포인트(2.16%) 하락한 881.54에 장을 마쳐 다시 900선을 내줬다.
양대 증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공포가 커진 지난달 2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양대 증시에서 각각 1조 3004억 원, 1조 409억 원을 내다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외국인은 2거래일 동안 2조 1111억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2조 3061억 원을 매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발표한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높은 데 반해 경제성장률 전망 추정치는 떨어지고 있다.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까지 불거진 삼성전자(005930)가 장중 한때 2.24% 내린 6만 9900원에 거래되며 4개월여 만에 ‘육만전자’로 주저앉았고 국내 대표 수출 기업들이 신저가를 쏟아내는 등 국내 증시는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139.13까지 치솟으면서 화학주인 LG화학이 전 거래일 대비 3.93% 내린 51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현대차(-2.61%)와 기아(-2.74%) 등 러시아 수출에 타격을 받은 자동차주도 신저가를 새로 썼다. 코스피에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종목은 22곳에 이르렀고 코스닥에서도 32개 기업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 장보다 12원 90전 오른 1227원 10전에 거래돼 1년 9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한 것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초 우크라이나발 경제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물가 압력이 예상치를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KB증권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와 경기 우려가 더해지며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며 “연준이 ‘베이비 스텝’의 금리 인상을 약속했지만 이번 주 나올 물가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