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주 중 러시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인 채권단에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시장 불안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당장 오는 16일 1억 1700만 달러 상당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비거주자에 대한 국채 상환은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표는 러시아가 국채 상환을 거부할 수 있다는 으름장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JP모건은 16일이 디폴트를 가늠할 첫 위기의 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이날 두 종류의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해 1억 17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400억 달러를 동결하고 있어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자 지급에 30일의 유예 기간이 부여되는 만큼 이날 이자를 갚지 못하더라도 당장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도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와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 채권단에 루블화로 채무를 갚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령에 서명했다. 이는 러시아에 '적대 행위를 하는 국가'의 채권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러시아 정부는 이틀 내에 해당 국가의 명단을 작성할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로 디폴트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16일 러시아가 이자 지급에 성공해도 31일 3억 5900만 달러, 다음 달 4일에는 20억 달러의 원금과 이자 상환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7일 중 가스프롬도 13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16일 만기 채권의 이자를 루블화로 지불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의 트랑 응우옌 전략가는 포춘에 "푸틴 대통령의 법령에 따라 루블화로 지불된다면 그것은 디폴트가 될 것이며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