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이 이번 한국 대선이 전례 없는 수위의 독설과 네거티브, 소송전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7일 '이전투구…추해지는 한국 대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를 둘러싸고 서로에게 책임 공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히틀러'와 파시스트 '무솔리니'라고 부르자 이 후보 지지자들도 윤 후보에게 '독재자', '깡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또 두 후보의 배우자도 각종 의혹에 사과를 표명하기도 했고, 두 후보의 선거캠프와 지지자들 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수십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실도 언급했다.
AP통신은 이번 '네거티브 대선'이 기존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 양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이런 네거티브 공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타격받은 경제 상황,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기,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주요 현안이 중첩되는 시기와 겹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유권자 간 균열이 정치 분야에서 드러난 단적인 예로 앞선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차례로 수사를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AP통신은 각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런 '강도 높은 수사'는 상대 세력이 정치적 목적에서 기획한 것이라 주장한다고 해설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두 후보가 TV 토론에서 당선되더라도 정치적 보복 수사는 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을 소개하면서도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윤 후보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변한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같은 인터뷰에서 당선 시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대장동 사건도 재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 역시 과거 현 정권이 전 정권을 상대로 수사를 펼 당시, '적폐와 불의'를 뿌리 뽑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썼다. 2017년 성남시장 재직 시 이 후보가 페이스북에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밝힌 발언을 소개한 것으로 나타난다.
AP통신은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의 이번 대선이 패하는 사람이 죽게 되는 '오징어 게임 대선'이라고 표현했다. 조 교수는 새 대통령은 강성 지지자의 정치적 보복 요구를 절제하고 진정시켜야 한다면서 "오징어 게임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를 끌어내야 하는 게 새 대통령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