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신사업을 중심으로 새출발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사명을 바꾸는 주된 이유는 대주주나 오너의 교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미래 사업을 강조하고 글로벌 시장을 향한 목표를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으로 사명 변경을 택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명을 변경한 대표적 기업이 현대중공업지주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24일 현대중공업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새 사명에 대해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라는 사명에는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돼있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하는가 하면 지난해 하반기에는 투자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력 사업인 제조업에 이미지가 갇혀있던 현대중공업지주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투자 지주회사로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의 역동성과 이종 기술 간 연합이 강조되는 추세인 만큼 사명에 구체적인 업종을 명시하기보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추상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화학회사였던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한화임팩트로 사명을 바꿨다. 기술혁신을 통해 인류와 지구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며 지속가능 미래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SK종합화학 역시 지구와 환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는 의미에서 SK지오센트릭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의 성격을 드러내기 보단 범용적이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도록 영어 사명을 쓰려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X그룹은 LG의 뿌리를 연상케 하는 알파벳 L을 사용하되 혁신과 변화의 의미를 담아 X를 붙이기로 하면서 그룹명이 탄생했다. ‘넥스트(NEXT)’, ‘디지털 전환(DX)’ 등 여러 의미가 포함됐다. 이중에서도 LG상사의 경우 26년만에 상사를 떼어내고 포괄적인 산업의 특성을 담아 LX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했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회사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LX세미콘으로 이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