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 원이 넘는 이마트 성수점 본사의 개발을 위한 투자자 모집이 완료됐다. 국내 게임업계의 신흥 강자로 자리한 크래프톤(259960)이 후순위 자금을 투입하고 교직원공제회와 농협중앙회 등 연기금이 선순위로 투자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인수한 이마트 성수점 부지의 자금 재조달을 최근 완료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총액인수한 뒤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량인 6750억 원을 기관투자자로부터 확보하고 나머지 자금은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구조다.
인수 주체인 펀드는 투자 구조를 선순위·후순위로 나눠 손실과 성과를 차등 배분하는 손실차등형으로 설정했다. 투자 위험이 비교적 높은 후순위 자금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크래프톤이 2900억 원을 맡기로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크래프톤은 사옥으로 건물 상당 부분을 이용할 계획이어서 10여년 간 임차해 사용하다 펀드 만기인 2035년 직접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의 선순위 투자금 3850억 원은 교직원공제회와 농협중앙회가 각각 참여해 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성수동이 스타트업들의 업무 지구로 각광을 받고 있어 우량한 임대인을 확보, 안정적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래프톤과 교공, 농협 등이 지분에 따른 투자액을 부담한 후 나머지 6300억 원 가량은 대출 등 금융 주선을 통해 조달한다.
성수동 이마트는 연면적 9만9,000㎡ 규모로 지난 2001년 준공됐다. 지하 3층~지상20층으로 현재 이마트 본사와 성수점이 입주해 있다. 크래프톤은 앞서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손 잡고 이마트 성수동 본사 건물 및 부지를 사들였다.
인수가는 1조2100억 원으로 이마트 본사의 대지면적(2만800㎡)을 고려하면 평당 1억 9000만 원이 넘는다. 서울 시내에 개발 가능한 대지가 많지 않은데다 최근 성수동의 땅 값이 지속적으로 오른 때문이다. 내년 4월까지 이마트가 운영한 뒤 하반기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현재 센터필드 역삼과 분당 판교 크래프톤 타워, 대치동 개발 스튜디오 등에 인력이 분산돼 있지만 성수동 사옥이 준공되면 본점 소재지를 이 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성장에 따라 사옥을 확장하는 한편 서울 시내의 알짜 부지에 투자해 시세 차익도 얻으려는 포석"이라며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약 4조 원을 조달한 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로 성수동 이마트 부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조5,938억 원으로 2020년 말 7,198억 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