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서워" 택시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 마지막 카톡

유족 "달리는 택시서 공포감·위협 느꼈을 것"
사건 진상규명 촉구하며 고인의 마지막 카톡 내용 공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린 뒤 달리던 차량에 치여 숨진 여대생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린 뒤 뒤따라 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생의 유족이 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고인이 숨지기 전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숨진 대학생 A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과관계가 생략되어 우리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청원글을 작성한다”고 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 4일 A씨는 지난 4일 오후 포항시 흥해읍 KTX 포항역 근처에서 60대 B씨가 모는 택시를 탔다. A씨는 술을 마시지는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차 전 A씨와 함께 있던 남자친구는 기사에게 행선지를 A씨가 다니는 대학 기숙사로 밝혔다. 남자친구는 택시에 동승하지 않았다.


그런데 택시는 A씨의 기숙사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렸다. 청원인은 “택시기사가 다른 대학교 기숙사로 오인하고 이동했다”며 “누나는 택시가 빠른 속도로 낯선 곳을 향해가고, 말 거는 시도에도 기사가 미동도 없자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극도의 불안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나는 본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자친구는 전화기로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여전히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누나가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A씨가 택시 탑승 후 남자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가”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어디로?”라고 묻자 A씨는 “나 무서워. 어떡해. 엄청 빨리 달려”라고 말했다. 또 “내가 말 걸었는데 무시해”라고도 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약 1분간 통화했고 이 때 A씨가 택시 기사에게 세워 달라고 하는 소리를 남자친구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응답은 들리지 않았고, 남자친구는 A씨에게 “전화를 기사에게 바꿔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초 뒤 ‘쿵’하는 소리가 들린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남자친구는 계속 A씨를 부르며 “그쪽으로 갈 테니 위치라도 말해줘” “경찰에 신고할게” 등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끝내 답장은 없었다.


8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B씨는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택시 기사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의사소통 과정에 빚어진 오해로 A씨가 달아나기 위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