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보물섬 우도에 오스트리아 3대 화가로 꼽히는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년)의 철학과 작품 세계를 담은 훈데르트바서파크가 들어섰다. 전 세계 52개의 훈데르트바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이며 오스트리아 빈 ‘쿤스트 하우스 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훈데르크바서 박물관이다.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훈데르트바서의 작품 감상을 넘어 그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껴 볼 수 있는 기회다.
| 훈데르트바서파크 내 기둥은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 작품으로 다양한 모양과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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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파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훈데르트바서재단으로부터 건축물을 통해 훈데르트바서의 콘셉트와 디테일을 그대로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훈데르트바서재단으로부터 인증받은 건축물은 훈데르트바서의 실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과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갤러리, 기념품을 판매하는 굿즈숍 3곳이다. 건축 과정에는 그간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재현해 온 오스트리아 건축가 하인츠 스프링만이 참여했다.
| 훈데르트바서 131개 유리창은 각기 다른 모양이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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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파크가 지향하는 것은 원작자의 뜻이 반영된 자연 중심의 ‘내추럴 아티스틱 파크’다. 우도 자연환경과 하나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완성됐다. 이를 위해 건축 부지 내에서 자라던 1600여 그루의 나무를 완공 뒤 파크 내에 그대로 옮겨 심었고 그 결과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이 녹지 공간으로 조성됐다. 지면을 그대로 살린 울퉁불퉁한 길부터 주변 환경을 고려한 관람 동선까지 구석구석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이라는 훈데르트바서의 신념과 철학을 녹여 냈다.
| 훈데르트바서파크 뮤지엄에서는 훈데르트바서의 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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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화려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색의 조합을 즐기던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건물 외벽에 난 다양한 모양의 유리창과 세라믹을 하나하나 붙여 완성한 기둥도 볼거리다. 파크 내 건축물에 있는 총 78개 기둥과 131개 유리창은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모든 재료는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했다. 창밖으로 우도와 성산일출봉·한라산이 액자 속 작품처럼 걸려 있다.
| 훈데르트바서파크 건물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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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에는 훈데르트바서의 판화 작품 20여 점과 그가 직접 그린 우표, 크로키 등의 두들(Doodle), 그의 유명 건축물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오는 6월까지 제주 출신 동화 작가 전이수의 특별 전시가 진행된다. 그 주변으로는 방문객들의 휴게 공간인 훈데르트윈즈, 지중해풍 콘도미니엄 훈데르트힐스 등 부대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 훈데르트바서파크에서 바라본 우두봉. 카페 톨칸이에서 톨칸이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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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감상했다면 다음은 주변에 어우러진 자연으로 시선을 돌릴 차례다. 훈데르트바서파크와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가면 우도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우두봉에 오를 수 있다. 소가 옆으로 누워 있는 형상의 섬에서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우두봉의 다른 이름은 쇠머리오름이다. 바로 아래는 소여물 통에 해당하는 몽돌 해변인 톨칸이해변이다. 그 옆으로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