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손절" 글로벌기업 240여곳…소비자·주주도 가세

금융·미디어기업 등 보이콧 확산
딜로이트·EY 대형 회계사도 철수
맥도날드·펩시 러 영업 계속하자
주주들 "사업 중단하라" 서한 발송

7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름을 따 ‘젤렌스키 거리’라고 쓴 모의 도로표지판을 걸어 놓고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손절’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240개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맥도날드와 펩시코 등 여전히 러시아에서 영업을 하는 기업들은 소비자와 주주들로부터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예일대의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소가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영업을 축소, 또는 중단하거나 협력 관계를 끊은 기업 수를 집계한 결과 총 247곳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기업의 업종은 일반 소비재에서부터 금융과 에너지·미디어 등 광범위하다. 이날도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러시아산 티타늄 수입을 중단하는 등 기업들의 러시아 보이콧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보잉은 여객기와 군용기 제조의 필수 원자재인 티타늄 구매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해 왔지만 ‘친푸틴’ 기업인 러시아 VSMPO 아비스마가 공급하는 티타늄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딜로이트와 EY 등 대형 회계사들도 이날 러시아 철수를 결정했다. 또 다른 대형 회계사인 KPMG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이미 지난주 러시아 사업을 접기로 해 회계사 ‘빅 4’가 모두 러시아에서 손을 떼게 됐다.


가구 업체 이케아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소유한 프랑스 LVMH, 에르메스 등도 현재 러시아 매장의 문을 닫은 상태다. 구글과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러시아 내 서비스와 광고 등을 차단했고 IBM은 러시아에서의 모든 사업을 아예 중단했다.


연구소는 기업들의 잇따른 철수가 러시아의 침공 의지를 꺾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를 이끄는 제프리 소넌펠드 교수는 “지난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 정책) 때도 200여 개의 기업들이 남아공 사업을 일시적으로 접었던 것이 결국 차별 철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러시아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들은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비판에 휩싸였다. 현재도 러시아에서 84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맥도날드, KFC와 피자헛 등 매장 1000개 이상을 여전히 연 염(Yum) 브랜드 등 총 30개 기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130여 개의 러시아 매장을 운영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일본 유니클로 역시 러시아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러시아 사업 철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주주들도 보이콧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연기금은 최근 맥도날드와 펩시코·코카콜라 등에 러시아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영업 중단은 러시아의 행위를 규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