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당초 예상과 달리 러시아군이 고전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개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전쟁 상황과 전망에 대한 미 정보당국자들의 발언을 청취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차별 공격을 강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핵무기 배치 등을 통해 오직 승전만을 위한 무자비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도 단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또 “푸틴은 서방 세계가 자신을 적절히 존중해주지 않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이 전쟁을 패할 수 없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푸틴이 승리할 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장악하고 수도 키이우에 지속 가능한 친러시아 정권을 세우는 것은 특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러시아의 승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승리에 집착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콧 베리어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특히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등 무기 현대화에 힘써온 점에 주목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핵무기를 관장하는 핵 억지력 부대의 전투임무 대비태세를 지시한 바 있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광인적 행보를 막을 방안으로는 러시아 지도부 내의 저항과 설득이 꼽히지만 현재 푸틴의 이너서클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번즈 CIA 국장은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러시아군 2000~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베리어 DIA 국장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얼마나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기관의 추산은 신뢰도가 낮지만 그 범위는 2000명에서 4000명 사이”라면서 이 추정치가 공개된 자료뿐 아니라 첩보를 통해 얻은 정보에도 근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