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투표율…광주 최고 81.5%, 제주 최저 72.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3.9 xanadu@yna.co.kr (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약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낮았다. 36.93%의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지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80% 선을 돌파할지도 관심을 모았지만 투표율은 70% 후반대에서 멈춰 섰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렸던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모두 마음을 주지 못한 유권자들이 끝내 투표소로 발걸음을 하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저조한 투표율이 나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전투표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것이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분산 투표적 측면이 컸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이후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도 투표율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75.7%였는데 최종 투표율은 77.1%로 1.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상황을 볼 수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은 전부 투표율 80%를 넘겨 상위권을 차지했고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도 지난 19대 대선보다 투표율이 뛰면서 진영 간 결집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오히려 줄면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서 지역별 투표율을 살펴보니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이 상위 3곳을 차지했다. 앞서 사전투표율에서 1~3위를 기록했던 지역들이 재차 상위권을 독식한 것이다.


이 중 광주가 81.5%로 가장 높았다. 광주는 선거인 120만 9206명 중 98만 5512명이 투표했다. 광주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0.5%포인트 줄었음에도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1위를 기록했다. 투표율 2위는 전남으로 81.1%였다. 전남은 지난 대선보다 2.3%포인트 뛰었다. 이는 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다. 선거인 158만 1278명 중 128만 1853명이 투표했다.


투표율 세 번째인 전북은 지난 대선보다 1.6%포인트 증가한 80.6%였다. 선거인 153만 3125명 중 123만 5322명이 투표한 결과다. 호남의 높은 투표율은 정권 심판론보다 정권 안정론에 힘을 보탠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이 여당에 80% 이상의 표를 준 지난 대선을 감안할 때 이 후보가 유리한 구도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이 호남 지역에 구애를 이어 온 만큼 개표 전까지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대구·경북이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뛴 것은 윤 후보에게 청신호다. 대구는 78.7%로 지난 대선보다 1.3%포인트 뛰었다. 204만 6714명 중 161만 1560명이 투표했다. 경북은 지난 대선보다 1.9%포인트 뛴 78%로 80%에 근접했다. 227만 3028명 중 177만 4099명이 투표한 결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지난 대선 때는 투표를 포기했던 보수 지지자들이 다시 한번 총결집해 윤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의 고향인 충남과 강원의 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뛴 점도 주목된다. 윤 후보 부친의 고향이 위치한 충남은 73.8%로 지난 대선보다 1.4%포인트 뛰었다. 179만 6474명 중 132만 5555명이 투표하면서다. 윤 후보에 충청 대망론을 걸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외가 고향이자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강원은 133만 3621명 중 101만 5660명이 투표하면서 지난 대선보다 1%포인트 증가한 75.3%를 기록했다. 두 지역은 윤 후보의 득표율 상승에 톡톡한 기여를 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대 후보가 승부처로 삼고 전력을 기울인 수도권은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동시에 빠졌다. 성난 부동산 민심으로 여겨지던 서울은 77.9%로 전체 평균(77.1%)은 상회했으나 지난 대선보다는 0.7%포인트 줄었다. 834만 6647명 중 650만 2820명만이 투표했다. 이 후보의 안방으로 불리는 경기는 1143만 3288명 가운데 876만 4897명이 투표하면서 지난 대선보다 0.4%포인트 감소한 76.7%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평균을 하회하는 수치다.


대선 때마다 전국 최종 투표율과 가장 근접한 지역 투표율을 기록하며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인천도 251만 9225명 중 188만 3916명이 투표한 75.6%로 지난 대선보다 0.8%포인트 줄었다. 이처럼 수도권 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빠진 점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대 대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해 온 경남과 부산 투표율은 각각 76.4%, 75.3%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각 1.4%포인트 줄었다. 이는 전 지역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수치다. 이번 대선에서는 윤 후보가 영남권에서 좀 더 우세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투표율 감소가 윤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에 표를 던져온 젊은 세대가 보수 쪽으로 돌아서거나 투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곱 차례 대선의 승자를 모두 맞춰 온 충북은 74.8%로 지난 대선과 동률을 기록했다.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권 대도시인 세종과 대전은 투표율이 줄었다. 각각 80.3%와 76.7%로 지난 대선보다 0.4%포인트, 0.8%포인트 감소했다. 제주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투표율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대선보다는 0.3%포인트 늘기는 했지만 72.6%에 그쳤다. 56만 4354명 중 40만 9646명이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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