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는 새 대통령에게 갈등의 치유와 함께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화 정책을 펴줄 것을 당부했다.
원로 화가 박서보는 “문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며 “새 대통령은 그간 반목으로 분열된 모든 이들을 보듬어 안고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안목과 식견을 갖춘 인물을 등용하고 백년을 내다보는 문화 정책을 만들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배우 송승환은 “역대 정부의 문화 정책 중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방향이 가장 명쾌했던 것 같다”며 “새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가 잘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경제 위기 속에서도 문화 융성·지원 정책을 대폭 확대했고, 창작 행위에 제한이나 간섭 없이 자율성을 보장했다. 이 시기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등 창의적인 콘텐츠는 해외로 수출돼 '1차 한류 붐'을 일으켰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은 코로나19 이후 바뀐 공연 현장을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공연의 수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영상 제작이나 송출 등 관련 인력의 처우나 고용 안정 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출판업계는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도 김구 선생이 ‘문화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며 “더 강하고 매력적인 나라로 우리를 이끌 대통령은 책 읽는 대통령이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출판은 제도 혁신 없이는 단어 자체가 사라질 위기인데 출판의 위기는 책의 위기가 될 것이고 그것은 사색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중문화계는 K팝·K콘텐츠 등 이른바 ‘K컬처’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인 도움을 주문했다. 국내외 대중음악 기획·제작사 및 유통사들로 구성된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차기 정부에서 대중문화 산업에 대한 불공정을 해소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광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인 만큼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 업계 특별고용 지원 업종 지정 연장 및 고용주 지원책 마련과 해외여행객 유입을 위해 국제 관광 재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