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기자회견에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차기 정부의 철학을 관통하고 있다. 이날 밝힌 국정 운영 방향이 지난해 6월 29일 정치 선언문에 담긴 소신과 다르지 않다는 점만 봐도 윤 당선인의 통치 철학를 짐작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대해 “(전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그리고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이 같은 파고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목표로 정치 선언을 할 때의 다짐과 같다. 윤 당선인은 당시 자신이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 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혁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 자율적인 분위기, 공정한 기회와 보상, 예측 가능한 법치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시장 중심으로 국정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9개월 후 대권을 거머쥔 뒤에도 대한민국을 번영시킬 윤 당선인의 해법은 같았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개혁에 나서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또 다른 팬데믹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제도 개혁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개혁은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발목을 잡는 규제 개혁, 나아가 ‘대기업 정규직-중소기업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병폐를 만든 불공정함을 혁파하는 방향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자율과 창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역동적인 나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일하는 사람이 더욱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막는 과도한 정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수차례 밝힌 철학과 같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공약에 담은 규제 개혁 전담 기구 설립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나라”라는 그의 발언은 강성 노조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경주 봉황대 광장 유세에서 “민주당 패거리 정치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는 사람,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집에 살려는 사람을 범죄시하지 않느냐”며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으니 우리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을 못 하고 자리를 못 잡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이날 당선 일성으로 강력한 노동 개혁 의지를 강조한 만큼 공약인 ‘노조 고용 세습 차단’을 막기 위한 공정채용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당선인은 대형 노조가 단체협약에 명문화한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등 불공정 채용 관련 조항을 무효화할 방침이다. 또 친인척 특혜 채용은 입사 자체를 취소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채용비리통합신고센터 설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우리 경제의 도약 방향에 대해 “첨단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고 초저성장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이 같은 성장 전략에 맞춰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바뀌는 산업 환경에 맞게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1~3개월)을 1년 이내로 확대하고 정규직을 유지하면서 상근 근로자를 파트타임 근로자로 전환하는 신청권을 부여해 노동 규제를 유연화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정부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연산한 정보를 초고속통신망으로 공유하는 연결 시대에 맞게 정부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규제의 권한을 쥐고 민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장과 국민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능동적인 조직이 돼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해 공공 의사 결정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와 국민 간 쌍방향 소통을 활성화해 디지털 민주주의의 발전은 물론 진정한 개인별 맞춤 복지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