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 ‘0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권 도전은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6월 29일 정치를 선언한 그는 9개월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국 역사를 썼다. 대선 기간 몰아쳤던 여의도의 겨울 칼바람도 검찰에서부터 다져진 ‘강골’ 윤 당선인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홀로였다면 180석 여당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라는 걸출한 정치인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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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도 조직도 없던 그가 지난해 7월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 뛰어든 것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서도 핵심인 4선 권성동 의원과 3선 장제원 의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의 외가가 있는 강원도 강릉이 지역구다. 그는 경선 캠프에서 종합지원본부장, 경선 승리 뒤에는 선대위 종합지원본부장에 더해 당 사무총장까지 맡아 윤 후보를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로 탄생시켰다. 권 의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당의 뿌리가 없던 윤 당선인의 도전은 시작도 어려웠다. 권 의원은 당원들을 향해 “우리 당이 무기력할 때 나 홀로 문재인 정권에 맞서 1인 야당 역할을 하며 피 흘리며 싸운 것이 윤석열”이라고 호소했다. 권 의원은 지난해 말 ‘윤핵관’ 논란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극심한 각을 세울 때는 “정권 교체보다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분은 더 이상 우리 당에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백의종군을 택하며 윤 당선인의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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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백중지세의 대선 판을 오른쪽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인 역할은 장 의원이 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설득해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 3일 윤 당선인과의 단일화를 이끌어냈다. 서로 결렬을 말하며 단일화에 손사래를 쳤지만 장 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장 의원의 끈질긴 삼고초려가 이뤄낸 단일화가 대선 판을 흔든 점은 보수 진영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또 강원도가 지역구인 이철규 의원(전략기획부총장)도 권 의원과 함께 윤 당선인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윤한홍 의원 역시 초기 선대위에서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가 되는 데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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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과 선거운동의 방향을 놓고 혈투를 벌인 이 대표 역시 당선의 주역인 점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20대 남성’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 대표는 윤 당선인과 두 차례나 벼랑 끝 대치를 했다. 하지만 권 의원의 백의종군으로 그는 ‘59초 쇼츠 공약’ ‘SNS 단문 메시지’ ‘윤석열차’ 등 기존 정치권의 문법을 넘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호남 섬마을을 찾고 광주에서 사전투표를 한 이 대표의 노력은 윤 당선인이 보수 진영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호남 지지율을 얻게 했다. 이 대표와 함께 윤 당선인이 정치에 뛰어들 때부터 곁을 지킨 김병민 대변인, 장예찬 청년본부장도 윤 당선인의 사람으로 꼽힌다.
또 정권 교체의 드라마를 가능하게 한 인물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권영세 의원이 있다. 권영세 의원은 윤핵관과 이 대표의 충돌,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떠나며 풍비박산이 났던 선거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무엇보다 권영세 의원 체제의 선대본은 균열을 허용하지 않았다. 똘똘 뭉친 당과 선대본은 선거 막판 쏟아진 여권의 네거티브를 방어하고 현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실책을 들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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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관계자는 “권영세 의원이 구원투수였다”며 “그의 안정적인 선대본 운영이 있었기에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권영세 의원과 상황실장을 맡은 윤재옥 의원을 ‘신핵관(새로운 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기도 한다.
대선 경선 경쟁자에서 정책 컨트롤타워로 합류한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국회의원 3선, 두 차례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 본부장이 정책본부의 키를 잡자마자 코로나19 극복 50조 원 지원, 주택 250만 가구 공급 등 굵직한 대책을 쏟아냈다. 도지사를 지낸 행정 경험 덕에 ‘59초 쇼츠’ 공약 같은 유권자의 삶에 사소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 있었다. 또 원 본부장은 이 후보의 가장 큰 의혹이었던 ‘대장동 특혜 개발’을 계속해서 파헤치며 국민들에게 사건의 심각함을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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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윤 당선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온 인사다. 정 부의장은 윤 당선인과 동갑이면서 부친의 고향인 공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초기 선대위를 이끈 김병준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윤 당선인의 외연을 넓힌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도 윤 당선인의 멘토로 불린다. 선대위 시절부터 쭉 윤 당선인을 도와온 수석대변인 이양수 의원, 공보단장 김은혜 의원도 있다.
서일준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 이만희 의원은 수행단장, 이용 의원은 수행실장으로 각각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을 비롯해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김동철·김경진 전 의원은 국민 통합 메시지를 앞세운 윤 당선인의 서진 전략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