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이라크가 증산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12% 넘게 폭락했다. 다만 러시아산 물량의 대체처를 찾는 데 최소 수 개월이 걸리고 UAE가 증산과 관련해 뒤늦게 한발 물러서면서 시장에서는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팽배하다.
9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5달러(12.1%) 떨어진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거래소의 브렌트유도 13% 급락한 111.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지난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갑작스러운 유가 급락에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2~3%씩 올랐다. 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 코스피지수가 2.21%, 코스닥지수가 2.18% 각각 상승 마감했으며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3.94%나 급등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공 행진 중인 유가는 이날 유수프 알우타이바 주미 UAE 대사가 “증산을 선호한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에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요청할 경우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UAE 정부가 몇 시간 뒤 “기존 산유국 간 합의와 생산량 조정 과정을 지킬 것”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증산 기대감은 다소 희석됐다. 시장에서는 주요국이 증산을 결정해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과 함께 고유가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겐 원유 시장 담당 팀장은 “(러시아의 수출 물량인) 하루 430만 배럴의 원유 공백은 다른 것으로 빠르게 대체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12% 넘게 폭락했던 유가도 밤 사이 반등세로 돌아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