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이방주 회장 "훌륭한 시는 철학·종교 버금…삶의 동반자이자 스승이죠"

■이방주 제이알투자운용 회장 인터뷰
분초 다투는 바쁜 일상 詩로 힐링
에세이 '시와 함께 걷는 기쁨' 펴내

이방주 제이알투자운용 회장이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새로 펴낸 ‘시와 함께 걷는 기쁨’을 들어보이고 있다./이호재 기자

“시(詩)란 저에게 기쁨을 주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시를 암송하며 걷는 행위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유산소 운동입니다.”


이방주 제이알투자운용 회장이 최근 ‘시와 함께 걷는 기쁨’을 펴냈다. 이전에 내놓은 ‘시와 함께 걷는 세상’, ‘시와 함께 걷는 마음’에 이어 시리즈 3편의 마무리 작업이다. 시를 사랑하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정철·유치환·함민복 등 총 71수의 시와 함께 걸으며 떠오른 단상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시를 통해 평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80년 인생의 발자취를 정리한 일종의 자서전인 셈이다.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훌륭한 시는 철학이나 종교에 못지 않은 스승이자 삶의 멘토”이라며 “사람 마음 속 어딘가는 우주가 들어있는데 시는 세상살이 희로애락에 빠져 잊고 지내던 좋은 마음을 불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대자연과 더불어 시를 가까이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이라며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면 휴대폰에 입력한 뒤 외운 뒤 산책길에서 조용히 암송하면 그 시가 지닌 품격이나 기(氣) 같은 것이 마음속에 스며든다”고 강조했다. 가령 정호승 시인의 시 ‘햇살에게’의 ‘이른 아침에/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구절에서 감사의 마음과 삶에 대한 자세를 새삼 일깨운다고 한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문학 청년이었지만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잘 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26세에 현대자동차 입사 이후 일생을 총성 없는 전쟁터로 불리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세상사와 씨름했다. 결국 현대자동차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은 ‘탐욕·환상·대박·파국의 대상인 부동산과 인간의 아름다운 만남’을 모토로 삼아 부동산 간접투자 운용사를 경영하고 있다.


분초를 다투며 치열하게 살던 이 회장이 시의 세계에 빠진 것은 2010년 어느 늦가을 우연히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 담장 옆 꽃길을 걸을 때였다. 그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등의 시가 씌어 있는 패널을 보고 한밤 중 무심코 커튼을 열었을 때 갑자기 달빛에 쏘인 것 같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 내가 왜 이런 황홀한 시의 세계를 외면하고 살았던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시인이 고뇌하며 한순간 섬광처럼 떠올린 영감으로 지은 시 한 구절을 암송하고 나면 시인의 높은 의식 수준에 동조화됩니다. 이 얼마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그의 끝없는 시 예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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