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인들은 올해도 불편할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뛰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의 주요 생산국이어서 식량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음 달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좀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9% 폭등했다. 1982년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로 시장 예상치(7.8%)를 소폭 웃돌았다.
문제는 2월 수치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폭등한 유가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3~4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8~9% 안팎까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지금의 휘발유 가격이 유지된다면 올해 CPI가 1%포인트 더 올라갈 수 있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성장세를 제약하고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ECB는 물가 상승세에 대한 우려에 채권 매입 종료 시기를 3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의 3.2%에서 5.1%로 대폭 상향했다.
앞서 10일 일본은행은 2월 기업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9.3% 올라 1980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18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할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6%까지 치솟아 1월(0.2%) 수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