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밑그림도 없이 주먹구구…경제성 따진 '공약 살생부' 절실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대선 공약 원점서 재검토를
군장병 월급 200만원으로 인상 등
尹당선인 공약 이행에 266조 필요
적자 국채 발행땐 나라 살림 악화
살리고 폐기할 공약 잘 추려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선거 국면에서 양산됐던 각종 선심성 공약을 구조 조정하는 것이다. 이런 선심성 공약들은 재정 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이어져 나라 살림을 악화시키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대응 여력도 훼손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 당선인도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꽤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군 장병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 원까지 올려주겠다고 한 공약이 꼽힌다. 올해 기준 병장이 받는 월급(67만 원)의 3배가량에 이른다.


문제는 재원이다. 5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더 필요하지만 윤 당선인은 재원 조달 방법으로 ‘엄격한 세출 구조 조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해당 공약을 실행할 경우 하급 간부보다 병사가 받는 월급이 더 많아지는 등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하사 1호봉 월급은 170만 5400원, 소위 1호봉은 175만 5500원이다. 결국 병사 월급을 올려주려면 간부·군무원의 월급도 연쇄적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필요한 재원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윤 당선인의 공약 중에서도 선거 과정에서 무리하게 걸린 공약들이 많다”며 “재원이 새지 않도록 현금성 공약 등을 인수위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서울 부동산 가격 안정과 수도권 균등 발전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운영 적자 등 경제성 논란이 적지 않다.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GTX 연장 공약이 차기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개교를 밀어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의 현 상황은 무리한 공약의 졸속 추진이 낳는 각종 폐해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한전공대는 이달 초 간판을 내걸었지만 아직 기숙사도 준공하지 못했고 교수진 채용도 절반에 그친 상태다. 이미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는 상황에서 지역 균형 발전 등의 명목으로 추진된 이 대학이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살릴 공약과 폐기할 공약에 대한 가르마를 제대로 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내건 200개 국정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266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공약 다이어트를 통해 차기 정부가 집중할 과제를 선별하고 재원 마련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기업의 비즈니스 여건 악화, 감세 공약 등의 여파로 세수가 이전 대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적자 국채 발행 등에 나서면 오히려 뒤탈이 날 수밖에 없다”며 “인수위에서 차근차근 공약을 재점검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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