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대선 패배를 수습할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박지현 여성위 부위원장을 선임했다. 박 신임 공동위원장은 디지털 성폭력 범죄인 ‘n번방 사건’을 추적해 최초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당내 일부 반발은 있지만 지방선거 등을 목표로 대선 후 당 정비에 나선 것이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인선안을 발표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당의 근본적이나 변화와 국민과의 약속 이행, 지방선거 준비 등의 막중한 책무를 띠고 있다”며 “청년·여성·민생·통합의 원칙으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윤 비대위원장은 박 공동위원장 선임 이유에 대해 “온갖 협박에도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고 싸워왔다”면서 “이번에 다시 가면과 ID를 내려놓고 맨얼굴과 실명으로 국민 앞에 선 용기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을 대표하는 결단과 행동이야말로 지금 민주당에는 더 없이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며 “앞으로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성범죄 대책 및 여성 정책, 사회적 약자와 청년 편에서 정책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공동위원장은 지난 1월 말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에 합류해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2030 여성층의 지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인 박 위원장은 격리 해제 이후부터 본격적인 비대위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으로는 광주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청년 창업가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와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권지웅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20대 국회 당시 재벌 개혁 논의에 앞장섰던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과 부산시당 사상구 지역위원장인 배재정 전 의원이 선임됐다. 원내에서는 조응천 의원과 함께 선대위 대변인으로 이재명 후보 곁을 지켰던 이소영 의원이 합류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새롭게 선출되는 원내대표와 한국노총에서 추천하는 노동 분야 인사를 추가로 비대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비대위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대위원의 절반이 ‘2030’ 청년으로 구성된 것이다. 박 공동위원장이 올해 만 26세이고 김태진(38)·권지웅(34)·이소영(37) 비대위원은 30대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저희들에게 매우 따가운 질책을 해주시던 2030 청년들께서 마지막에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우리 후보를 지지해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 “앞으로도 우리 당은 2030세대가 보다 더 가까이할 수 있는 정당으로 쇄신해나갈 것이라고 하는 방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다양성을 인정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도 보인다. 채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인물이다. 조 의원은 당내에서 꾸준히 쓴소리를 내오며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기도 했다. 배재정 전 의원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이낙연계’ 인사로 불린다.
윤 비대위원장은 “국민들께 다시 사랑과 신뢰를 받는 민주당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겸손과 성찰을 원칙으로 저희의 모든 것을 바꾸고 국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며 “그 길에 저를 포함한 비대위가 앞장설 것이다. 길이 없는 곳에는 길을 내고 벽을 만나면 문을 만든다는 각오로 민주당의 쇄신을 선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윤 비대위원장은 당내 일각의 ‘이재명 비대위’ 주장에 대해서는 “이번 대선에서의 (본인의) 책임은 통감하고 있다”면서 “이 후보의 거취에 대해선 이 후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드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선에서의 (이 후보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역시도 후보께서 결정하실 일이라고 생각하고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