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 "시장은 대승적인 이익보다 자기 도시 이익 우선 생각해야"

일산테크노밸리 등 눈에 띄는 대규모 자족시설 사업 빠르게 본궤도에 올려
일산IC에 램프 설치 교통흐름 크게 개선…단시간에 많은 철도 노선 확보 등



“시장은 대승적인 이익보다는 자기 도시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까다롭다거나 지독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시민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면 언제나 그 방법을 택할 생각입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민선 7기 고양시장으로 느낀 소감을 이같이 강조했다.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CJ라이브시티 등 눈에 띄는 대규모 자족시설 사업이 빠르게 본궤도에 올랐는데.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시장을 하면서 다른 칭찬은 듣지 못하더라도 ‘일자리 시장’이라는 약속은 지켰다는 말 만큼은 꼭 듣고 싶었다. 3년 8개월간 경기고양방송영상밸리, 일산테크노밸리, CJ라이브시티, 성사혁신지구, 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킨텍스제3전시장까지 사업을 순탄하게 진행하게 했다.


-많은 자족시설 사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은.


△모든 사업이 애착 가지만, 유독 일산테크노밸리에 더 마음을 쏟은 건 아마도 유치 초기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기도의원일때 일산테크노밸리는 유치 2년 만에 ‘비용 대비 편익 분석’에서 0.8이 나오며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양시장에 당선된 후 마주한 진행 상황도 참담했다. 1부터 10까지 단계 중 1의 문턱도 넘지 못했을뿐더러 고양시 분담분 2,500억원 중 잔고는 0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부 중앙투자심사 낙방까지, 일산테크노밸리는 어느 하나 순탄히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난관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돌파구를 찾아냈다. 2018년 3월 고양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할 예정이었지만, 사직서 제출을 미루고 한 달 가까이 진땀을 빼며 위원장 권한으로 일산테크노밸리 추진동의안을 의회에 상정했고, 통과까지 밀어붙였다. 전문가들은 사업비를 모으는 데 3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1년 반 만에 사업비 1,000억원을 비축했다. 정부 중앙투자심사에서도 사업성을 보완해 3개월 뒤 2차 심사를 통과했다.


-수십 년간 고양시에는 두 개의 철도노선만 있었는데 단시간에 많은 노선을 확보할 수 있었나.


△ ‘창릉신도시’ 덕분이다.


사실 베드타운인 고양시에 창릉신도시 발표는 청천벽력이었다. 주택비율이 상당히 높은 창릉신도시가 들어올 경우 교통, 일자리, 기반시설 등 아무 대책 없이 인구만 또 늘어나 고양시는 베드타운으로 고착화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신도시 반대를 선택할 권한 같은 것은 없었다. 반대할 수 없다면,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이끌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한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대곡~소사선을 결국 일산역까지 연장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고양시에 필요했던 철도노선의 반도 얻어내지 못했던 우리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협상테이블에 앉지도 않겠다며 완강하게 맞섰고, 국토부 장관이 3기 신도시를 발표하기 바로 전날 저녁까지도 협상이 결렬됐다. 우리는 국토부에 ‘선 교통 후, 개발’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결국, 정부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고양시가 요구한 철도노선 7개를 모두 국가 계획으로 확정하게 됐다.



일산IC램프


-일산IC에 램프를 설치해 교통 흐름을 크게 개선 했는데.


△LH가 무료로 개방하던 삼송역 환승주차장을 일방적 폐쇄했다.


이 주차장은 LH가 삼송지구를 개발하면서 출퇴근길 정체 해소 대책으로 만든 건데, 돌연 4년 뒤 LH는 이 주차장마저 매각해 유료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년간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졌고, 우리 쪽에서도 초강수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송역 환승주차장 앞에 몽골 텐트와 책상 하나를 설치하고 집무실이라는 현수막을 붙였다. 이곳에서 매일 반나절 정도 업무를 보고, 나머지 시간에는 1, 2부 시장도 교대로 근무하기도 했다.


시위 아닌 시위를 벌인지 한 달 만에 LH에서 환승주차장을 다시 개방했다. 또 애초 요구한 157억원의 40%수준인 64억원에 해당 용지를 팔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LH가 고양시에서 시행하는 각종 사업과 관련된 도로, 철도, 환승시설, 차고지 등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주민 편의시설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약’도 이끌어냈다.


-LH가 주차장을 설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 않나.


△LH가 주차장을 꼭 설치해야 할 법률상 의무는 없지만, 개발사업자가 벌어가는 이익금으로 고양시민에게 응당 돌려주어야 할 최소한의 도의적 의무이다.


LH는 늘 그런 식이다. 자족시설에 지하철에 문화시설에, 온갖 좋은 도시 인프라를 모두 담아낸 가격으로 주택 분양가를 책정한다. 분양을 받고 보니 주위엔 아무것도 없지만, LH는 이미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떠난 뒤다. 모든 항의와 비난은 지자체로 돌아온다. 입주자들은 어서 기반시설을 마련해달라며 시청으로 몰려와 항의한다. 주민을 외면할 수 없는 지자체는 빚이라도 내어 기반시설을 설치한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기초 체력은 약해진다. 자족시설이 주택으로 변해 베드타운 현상이 깊어지고, 기반시설이 부족해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주민 삶의 질은 떨어졌다.


-LH의 행태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또 있나.


△LH는 덕은지구 개발사업부지 중 한 필지를 주택사업이 아닌 도시개발 사업으로 하여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종 홍대선의 덕은역 신설은 안중에도 없었다. 시가 추산하건대 2,500억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남겼을 것이니 그 이익금 중 일부인 1,000억원 정도를 덕은역 신설에 투자해 도시의 가치를 높여달라는 것이다.


시장 취임 후 첫 업무보고에서 LH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입주승인을 불허하고, 용도변경도 막겠다고 선언했다.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109만 고양시민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면.


△24시간이 부족하리만큼 바쁜 하루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취임한지 3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허리띠를 졸라맸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시작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름뿐이었던 자족시설들이 착공에 들어갔다. 이제 좋은 주거환경과 가까운 직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도시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바쁘게 달려왔지만 여기서 만족하기는 이르다. 둘러보면 일산대교 무료화, 서울시 기피시설 문제 등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는 현안들이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남은 시간까지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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