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처음 열려 매년 홀수해마다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베니스비엔날레(Biennale di Venezia·베네치아비엔날레)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짝수해인 올해 4월에 열린다.짝수해인 2020년의 건축전이 연기되면서 미술전도 순연돼 2019년 이후 3년 만인 올해 열리게 됐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미술제를 뜻하는 ‘비엔날레’의 어원이 된 베니스비엔날레는 당대 새롭게 부상한 예술경향을 보여주며, 총감독이 직접 꾸미는 본전시 외에도 ‘국가관’ 전시를 운영하고 있어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오는 4월 23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하는 제 59회 베니스비엔날레는 11월 27일까지 이어진다.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리는 이 행사의 관전포인트를 미리 짚어보자.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예술총괄 큐레이터인 체칠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선임됐다. 알레마니는 지난 2010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었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뉴욕 뉴뮤지엄 디렉터의 부인이기도 하다. 베니스비엔날레의 127년 역사상 부부가 번갈아 예술 총감독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레마니가 뽑은 본전시 작가들의 ‘참신성’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지난 달 기자회견과 함께 발표된 참여작가는 58개국 총 213명인데 그 중 90% 가까이가 여성이며, 바바라 크루거 등 세계적 작가도 있지만 180명이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하는 ‘새 얼굴’이다. 한국미술가로는 행위예술가 정금형(42)과 설치작가 이미래(34)가 명단에 포함됐다. 둘 다 여성작가이며, 특히 이미래 작가는 30대 초반의 신진작가로 분류된다.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듯한 작가선정에 관해 우정아 포스텍 교수는 “과거 비엔날레 출품작가의 90%가 남성작가일 때는 다들 당연하다 여기고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총감독이) 성별·인종·출신과 무관하게 좋은 작가를 선정하고자 애썼고, 서구 남성 위주의 시각이나 작가의 기존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비엔날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알레마니 총감독은 이번 미술전의 제목을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로 붙였다. 상상의 세계에 사는 동물 이미지를 그린 초현실주의 여성화가 리어노라 캐링턴(1917~2011)의 책에서 따왔다. 본전시는 △신체의 변형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 등 세 가지 주제로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만나는 한국미술이다. 올해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이영철 계원예대 교수는 김윤철 작가와 함께 ‘캄파넬라:부풀은 태양’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본전시 및 국가관 전시 외에도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엄선된 ‘병행(Collateral) 특별전’이 베니스 곳곳에서 열린다.
오래된 한지를 접어 조형작업의 재료로 삼는 전광영(78)과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일의 전시가 벨기에 보고시안재단 주최로 콘타리니 폴리냑에서 4월 21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린다.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가 전시 기획을 맡아 내구성의 상징인 한지이자 지식과 정보 전달의 수단인 종이를 다루는 전광영 예술의 생태학적 측면과 ‘녹색집착’의 저자로 나무·풀·숲으로 아파트를 지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축가의 자세를 엮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의 병행전시였던 ‘단색화’ 전시를 기획해 한국의 19790년대 단색조 추상회화 경향인 ‘단색화’가 세계 미술계로부터 재조명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단색화’ 대표작가 박서보(91)의 작업들을 일본계 미국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 특별전은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에서 열린다. 베트남 출신 작가 얀 보가 기획을 맡아 어떤 새로운 맥락에서 작품을 재해석할 지 관심을 끈다. 팔라초 카보토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이건용의 개인전이 열린다. 앞서 이승택, 이강소 등이 전시했던 곳이다. 팔라제토 티토에서는 김선정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의 기획으로 하종현의 회고전이 열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국가관 작가 파블로 마코프는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 국가관의 큐레이터 라이문다스 말라사우스카스와 작가 알렉산드라 수하레바, 키릴 사브첸코프도 “참가하지 않을 것”임을 발표했다. 침략전쟁에 대한 예술가들의 자발적 거부를 비롯해 현장에서 벌어질 반전(反戰) 퍼포먼스도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