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만취 심신미약” 혐의 부인

변호인 “장소·상대 분간 못 할 정도로 취해”
사실관계는 인정…“운전자인 줄도 몰랐다”
“블랙박스는 택시기사가 자발적 삭제” 주장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만취 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차관의 변호인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차량이 운행 중이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시 만취해 택시 기사가 ‘운전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앞서 공판준비기일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이 전 차관이 택시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에 대해서도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다만 “조사 중 (택시 기사가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자발적 동기에 의해 삭제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삭제를 요청한 동영상은 피고인 자신에 대한 동영상”이라며 “이미 합의가 끝난 후 소극적 부탁에 불과한데, 방어권 행사 범위 안에 있는 것은 아닌지 법리적 판단도 구한다”고 덧붙였다.


사건 직후 블랙박스 동영상을 보고도 이를 확보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단순 폭행죄로 의율한 뒤 내사 종결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 A씨 측도 이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 폭행 등)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이 사건은 발생 직후 경찰에서 내사 종결했으나 이 전 차관이 2020년 말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에 보도돼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5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법원에 처음으로 출석한 이 전 차관은 ‘심경이 어떠냐’, ‘심신미약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22일 다음 재판을 열어 증거 조사를 한다. 이후에는 택시 기사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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