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 직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6·1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만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여서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조성된 선거 구도가 이 전 지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준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결국 이 전 지사의 최종 결정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진로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전 지사가 1614만 표를 얻은 민주당의 유일무이한 ‘상징자본’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당이 위기 상황을 맞을 때마다 ‘호출 0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지사가 지난 14일 블로그에 올린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라는 글에 15일 현재 900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전날 올린 단 석 줄의 글에 ‘미안해 하지 마라’ ‘힘내시라’ ‘5년 후에 보자’ 등의 응원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0.73%포인트의 초박빙 대선 결과에 이 전 지사의 지지자들도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임박한 지방선거에 이 전 지사가 총대를 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두관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윤호중 사퇴,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 서명운동을 벌이며 “지방선거 출마자 3158명이 ‘이재명 비대위원장’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수진 의원(동작을)도 “민주당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재명 후보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뒷전에 놓아두고 지방선거에 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전 지사의 최측근과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인사들은 “안 될 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지방선거 상황이 쉽지 않은데 당의 최대 자원인 이 전 지사를 전면에 내세웠다가 ‘내상’만 커진다는 우려에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쉼 없이 선거를 치른 후보에게 바로 전장에 나서라는 말은 가혹하다”면서 “이 전 지사의 복귀를 주장하는 분들이 직접 험지 출마 등의 선당 후사를 하는 행보가 지지층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가 대선 패배 4개월 만에 당의 요구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한나라당의 정몽준 전 의원에게 낙선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 전 지사 측근 의원은 “당에 뿌리를 더욱 견고하게 내리는 과정을 거쳐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대통령이 2년여의 잠행 뒤 당 대표로 복귀했던 방식과 유사한 경로를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일종의 당 대표 추대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를 따를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 패배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 객원교수로 출국한 뒤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을 세워 새로운 어젠다를 내놓았다. 한편 이 전 지사는 지난 대선 이후 다른 일정 없이 경기도 성남 분당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