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원작자 연상호 감독 호평한 '돼지의 왕', 학교폭력에 던지는 메시지(종합)

15일 오후 진행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 제작발표회에 배우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이 참석했다. / 사진=티빙 제공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드라마로 탄생한다. 원작이 주는 메시지에 드라마적인 재미를 더해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학교 폭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잡겠다는 목표도 함께다.


15일 오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극본 탁재영/연출 김대진)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탁재영 작가, 이재문 제작자, 배우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이 참석했다.


'돼지의 왕'은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학교에서 형성되는 계급과 갈등, 이로 인해 변모하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 강렬한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작품은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해 한국 영화계의 화제작이 된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거친 분위기와 고유한 결은 유지하되 색다른 각색을 더해 확장된 세계관, 감각적인 연출, 새로운 캐릭터로 승부수를 뒀다.


이재문 제작자는 애니메이션을 드라마화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제 전작이 '구해줘2'인데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때 연상호 감독이 '돼지의 왕'은 어떻겠냐고 물었다"며 "10년 전 애니메이션이라 충격적이었으나 믿고 주저 없이 선택했다. 다만 '어느 매체에서 이 드라마를 받아줄까'를 고민하긴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화된 '돼지의 왕'을 본 연상호 감독의 반응에 대해서는 "감사하게도 '정말 재밌게 봤다'고 하시더라. 많이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줬다"고 기쁨을 표했다.


애니메이션이 드라마화되면서 각색 과정도 거쳤다. 탁 작가는 "내가 워낙 '돼지의 왕'의 팬이었고, 당시 호평받은 작품이라 '절대 원작 팬들을 배신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돼지의 왕'을 모르는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그러나 보니 원작에서 중요하게 갖고 있는 메시는 그대로 가져왔고, 원작에서 20% 분량은 성인 부분을 강조하게 됐다. 추적 스릴러의 재미를 강화시켜 처음 보는 분들도 몰입감 있게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작에서는 피폐해진 성인들이 과거를 떠올리는 내용이라면, 드라마는 끔찍한 과거를 갖은 성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만의 매력 포인트에 대해서는 "원작의 아우라가 워낙 세서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TV쇼고 12부작이다. 불편한 이야기를 시청자의 시각에서 이해시켜야 됐다"며 "그러기 위해 객관화된 관찰자가 필요했고, 강진아 캐릭터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쫓고 쫓기는 주인공의 이야기지만, 서로 운명 때문에 같이 고통받는 시절로 돌아가고 아이러니와 감정의 진폭이 최고로 올리는 것도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돼지의 왕'이라는 제목이 주는 메시지도 있다고. 탁 작가는 "돼지는 우화적으로 상징성을 갖고 있는 동물로 평생 누군가에게 사육 당하고 지배 당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군상을 대변한다. '돼지의 왕'은 약자의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그 사람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제목"이라며 "보는 분들과 여러 가지 질문과 고민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다. 왜 세상은 강자와 약자로 나뉘고, 그들은 왜 서로 폭력을 휘두르며 폭력의 근원은 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돼지의 왕' 김동욱(좌측부터), 채정안, 김성규 / 사진=티빙 제공

드라마화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배우들이 출연해 생생한 연기가 가미된다는 점이다.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은 대본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욱은 "내가 돼지띠다. 돼지띠 중에 왕이 돼 보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김성규, 채정안과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성규는 "예전에는 주로 범죄자 역을 했다. 그때는 '나도 형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었다"며 "대본을 보니 계속 궁금하고 긴장감을 갖게 되더라.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했다. 채정안은 "처음으로 도전하는 스릴러 장르다. 내가 보여줄 형사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낯설 수 있지만, 기분 좋은 공감을 형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욱은 20년 전 학교 폭력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살다가 트라우마를 겪으며 폭주하는 황경민 역을 맡았다. 김동욱은 "황경민은 과거 쌓여온 서사를 갖고 성인이 된 후 사건의 갈등과 행동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되나 싶었다"며 "사건을 일으키는 것보다 인물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을 한 후의 심리 변화에도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황경민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김동욱은 "촬영 내내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표현했다"며 "황경민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이다. 어떤 인물로 그려야 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된 배경에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존재하고, 황경민만 겪는 게 아닌 만큼 쉽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했다.


20년 전 친구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추적하는 광수대 형사 정종석을 연기하는 김성규는 "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겹도록 많이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형사답게 움직이면서, 매회 여러 감정들을 갖고 쫓는다"며 "기존에 봤던 제 연기와 다른,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을 거다. 기존에 했던 액션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성규는 형사 연기뿐 아니라 정종석의 서사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이 친구가 이전에 어떻게 20년을 보냈을지 고민했다. 과거의 기억들에 벗어나고 싶지만, 잊어버릴 듯하면 숨겨둔 게 올라와서 괴로운 인물"이라며 "냉정하게 사건을 보지만, 인간적인 감정이 올라와서 여러 가지 표현을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한 사람을 쫓게 되는 정종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 말했다.


채정안은 사건에 꽂히면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이자 정종석의 경찰대 선배 강진아로 분한다. 그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다. 원작에서 거칠고 불편하고 셀 수 있는 부분들이 강진아로 인해 유해진다"며 "사건의 해설자 같은 느낌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같이 추리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강진아는 원칙주의자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한다. 두 남자의 갈등에 감정이 이입되면서 나름의 갈등을 표현하는데, 그게 나에게는 드라마틱 하고 고민할 거리였다"고 털어놨다.


채정안은 "강진아는 현실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위치다. 동료들에게 따돌림도 당한다"며 "자신의 소신과 타협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과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고 치열하게 버텨온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깊이 들어가면 원칙과 정의로움으로 사건을 접근하는, 진보의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한편 '돼지의 왕'은 18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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