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을 맞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를 보면 고객·디지털·변화가 공통적인 화두였다.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플랫폼의 시대를 맞아 각각의 사업 분야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10대 글로벌 기업 중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7개 기업이 플랫폼 기업이듯 이미 세상은 플랫폼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은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하는 것이다. 공공 부문에서 플랫폼의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바로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다. 지난 2002년 개통한 나라장터는 조달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50만여 개 기업, 6만여 개 수요 기관 사이에서 조달 업무를 중개해 연간 120조 원이 거래되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러한 나라장터를 디지털 신기술 기반으로 전면 재구축하기 위한 차세대 나라장터 사업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나라장터는 시장형 플랫폼으로서 양면 참여자 지향, 새로운 규범 정립, 규모의 경제 달성, 네트워크 효과 창출 등 첨단 플랫폼의 특성에 걸맞게 변화를 꿈꾸고 있다. 차세대 나라장터는 ‘모두의 통합 조달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조달 기업과 공공기관 등 모든 거래 당사자가 나라장터 한 곳에서 공공 부문의 모든 조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용자 모두가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술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전면적인 디지털화, 조달 서비스 혁신, 디지털 전환 시대 조달 행정의 새로운 표준 선도, 흩어진 조달 기능과 데이터를 모으는 허브 구현 등 새로운 변화를 선도한다. 여기에 기존 공공기관의 자체 조달 시스템도 나라장터로 통합해 조달 창구를 일원화한다.
차세대 나라장터는 단순히 시스템 개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조달의 미래를 만드는 과제다. 나라장터의 전면적인 개편 과정에서 관행적 조달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그간 제공하지 않았던 혁신적 서비스도 제공해 새로운 공공조달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필자는 과거 기획예산처 근무 시절 1세대 나라장터 구축을 위한 실무에 참여했다. 이번에는 조달청장으로서 조달 전문 기관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조달청의 핵심 역량에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시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조달 플랫폼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나라장터가 20년 묵은 때를 벗고 디지털 전환 시대를 선도할 모두를 위한 조달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