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인 베네수엘라에는 오리노코라는 큰 강이 국토 중앙을 가로질러 흐른다. 지류인 아푸레강과 만나는 곳부터 하류 삼각주가 시작되는 북쪽 지점까지 강을 따라 형성된 세계 최대 석유 매장지가 ‘오리노코벨트’다. 크기가 5만 5000여 ㎢로 남한 영토의 절반쯤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06년 이 일대의 석유 매장량을 3770억 배럴로 인정하면서 베네수엘라가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떠올랐다. 이곳에 매장된 석유가 1조 3000억 배럴로 추산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원유의 점도와 밀도가 반(半)고체에 가까운 저품질 초중질유(超重質油)라는 게 문제다. 수출이 가능하게 정제하려면 글로벌 석유 기업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는 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석유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하며 국부를 키웠다. 그러나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뒤를 이은 20여 년 동안 좌파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급격히 경제가 망가졌다. 석유 기업의 국유화를 단행했고 외국 기업과 전문 인력들을 내쫓았다. 신규 유전 개발과 기존 유전의 유지 보수 등에 써야 할 돈을 무상 복지 확대 등 퍼주기 정책에 탕진했다. ‘21세기 사회주의’를 내걸고 반미 진영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수출의 95%를 차지하던 석유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2014년 이후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경제 기반이 거의 무너졌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에 대해 금수 조치를 내린 후 대체 원유 조달 지역으로 오리노코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2019년 베네수엘라에 내렸던 석유 금수 조치를 푼다고 해도 더 늘릴 수 있는 하루 생산량은 40만 배럴에 불과하다. 원유 자체가 저품질인 데다 석유 생산 시설의 부실 관리로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때 남미의 부자 국가로 떠올랐지만 무분별한 포퓰리즘 늪에 빠지고 기술 개발을 등한시해 국내 산업을 초토화시킨 베네수엘라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